"채굴 금지령에 실명제 도입..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속도"

이소연 기자 2021. 6. 8.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유럽⋅中 암호화폐 규제 러시.. 한국도 가세

[편집자주] 이른바 비트코인 광풍이다. 너도나도 ‘인생한방’의 한탕주의를 꿈꾸며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근로소득에 대한 믿음은 이미 깨진지 오래고, 잇따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에 모두가 암호화폐라는 도박판으로 눈을 돌렸다. ‘이코노미조선’은 모두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가운데 혼란스러운 암호화폐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냉철하게 들여다보았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독자가 자신만의 주관을 갖고 투자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 성지’로 불리는 네이멍구자치구는 5월 25일 ‘암호화폐 채굴 행위 타격을 위한 8대 조치’ 초안을 발표했다. 통신 및 인터넷 기업이 암호화폐 채굴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영업 허가가 취소될 뿐 아니라, 암호화폐 채굴에 나선 사람들은 ‘사회 신용 블랙리스트’에 올려 고속철도 탑승과 항공권 구매 등에 불이익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관영 매체인 중국청년보는 “앞으로 중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은 역사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세계 채굴장의 65%를 차지하는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장이 폐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세계 각국의 암호화폐 규제 현황.

중국은 암호화폐 규제 강화와 함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동계 올림픽에 디지털 위안화를 본격 보급하기 위해 작년부터 선전 쑤저우 상하이 등 시험 운용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채굴에서부터 거래와 수익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C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 이 같은 규제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미국은 1만달러(약 1140만원)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는 국세청(IRS)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5월 20일 발표했다.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현재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상대로 자금 세탁 및 탈세 혐의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에 칼을 빼든 미국은 디지털 달러 도입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레이널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는 5월 2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미국 중앙은행이 지원하는 ‘디지털 달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에 따르면 연준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그간연구해온 CBDC 관련 보고서를 올여름 공개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처럼 민간에서 발행하는 암호화폐에 미래 통화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선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중국은 쭉 암호화폐를 강력하게 규제해왔으나 CBDC, 즉 디지털 위안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제6차 자금세탁방지지침(6AMLD)을 6월 3일부터 시행해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에 불법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규제 당국에 신고할 것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5월 19일 금융안전보고서를 발표하며 추가적인 암호화폐 관련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투자 집중이 과도한 수준”이라며 “불법 거래에 쓰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암호화폐에 따른 수익을 별도 과세하고 있으며, 기업에 법인세, 개인에게 자본소득세를 최고 세율 20%까지 부과한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규제 도입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5월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가산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하고,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업자들은 ‘가상자산업협회’에 의무 가입하고 거래소에서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이를 협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2019년 예고한 대로 오는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으로, 암호화폐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내 200여 곳의 암호화폐거래소 중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를 튼 곳은 코빗, 빗썸, 코인원, 업비트 4곳뿐이다.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는 거래소는 폐쇄해야 한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연간 250만원이 넘는 암호화폐 양도·대여 소득을 얻으면 20%의 세율로 세금을 매길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5월 24일 “도입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CBDC 모의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공고를 냈다”고 발표했다.

+플러스포인트/ Interview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 비즈니스스쿨 학장

“민간 암호화폐 열풍은 ‘광란’ … CBDC 역할 커질 것”

이소연 기자·정현진 인턴기자

마우로 F.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 비즈니스스쿨 학장 / 사진 트위터

“사람들이 너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규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며,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암호화폐의 미래가 마냥 밝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마우로 F.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 비즈니스스쿨 학장은 5월 24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 전망을 어둡게 봤다. 기옌 교수는 비트코인 등 새로운 부 탄생 요소들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의 저자로, 테크크런치 등에 암호화폐 관련 기고를 해왔다.

세계 주요국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민간 발행 암호화폐가 아닌 정부 발행 디지털 화폐(CBDC)가 경제를 주도하리라는 것이 기옌 교수의 전망이다.

최근 암호화폐 광풍이 부는 이유는.

“현재 세계 암호화폐 열풍은 한마디로 ‘광란(frenzy)’에 가깝다. 암호화폐에 대해 명백한 사실은 공급이 알고리즘에 의해 제한되기 때문에 온전히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요가 늘면, 암호화폐 가격도 함께 올라가고 반대로 수요가 줄면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 이러한 흐름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매우 변덕스럽고(volatile) 불안정하다는 면에서 더 위험하다.”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크다. 또한 범죄에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는 점도 문제다. 아직도 우리는 암호화폐가 갖고 있는 리스크를 모두 다 알지는 못하며, 위험은 재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젊은 투자자가 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는데, 암호화폐가 유일한 투자 수단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너무 리스크가 크고, 불안정하다. 암호화폐는 여러 가지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

중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화폐 역사의 새로운 서막이다. 이는 중국이 직접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하기 위한 조치이며, 이로써 비트코인은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국민이 암호화폐를 세금으로 낼 수 있게 정부가 조치한다면, 이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미래에 종이로 된 현금을 대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아닌 미국과 중국 등 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CBDC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