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병영 문화' 지시는 7년전 데자뷰 [그렇군]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과 관련해 “차제에 개별 사안을 넘어 종합적으로 병영 문화를 개선할 기구를 설치하라”면서 병영문화 개선대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병영문화 개선기구 설치를 주문하면서 민간위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은 조만간 민간이 참여하는 관련 기구를 발족할 것이라 한다.
이를 보고 국방부가 2014년 8월 ‘28사단 윤일병 구타사망사건’을 계기로 출범시킨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혁신위)가 생각났다. 나도 당시 국방부 요청으로 민간혁신위원으로 위촉돼 위원회 활동에 참가했다. 군 병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겨 혁신위 회의에 열성적으로 참가했다. 그자리에서 그간 14년 동안 군을 출입하면서 느꼈던 것과 군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제언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장군 진행자는 ‘(나의 제언을)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깔아놓은 ‘판’에 낀 민간인 들러리였다. 상당수 민간 혁신위원들은 명망가지만 실제 군 실상에 대해서는 잘 몰라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4개월 후 혁신위는 군에 권고하는 개혁과제를 발표한 뒤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다음해 국방부는 개혁위가 권고한 고등군사법원 운영에 관한 개혁은 장기과제로 미뤘다. 독립적인 ‘군 인권 옴부즈맨’ 설치 역시 지휘권 침해라며 도입을 거부했다. 대신 ‘장병리더십 및 인성교육 강화(36억원), 국방행동과학연구소설립(60억원) 등을 포함해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비용이라며 789억 7600만원을 얻어냈다.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군은 혁신위 이전에도 2000년 ‘신병영문화 창달’부터 2012년 ‘병영문화 선진화’까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름만 바꾼 처방을 쏟아내왔다. 지금도 군 ‘캐비넷’에는 군 통수권자가 지시하거나 여론이 요구만 하면 ‘입맛’에 맞게 내놓을 처방이 수북하다. 그 처방은 과거에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 “민간 전문가와 토의를 거쳤다”는 이유를 대거나 현실적 문제 등을 내밀어 슬그머니 군 ‘입맛’에 맞게 바뀔 개연성이 높다. 과거 사례를 볼 때 대통령이 지시한 병영문화 개선기구는 준비과정과 실제 회의 진행에만 4~5개월 걸릴 것이다. 그리고 결과물을 도출하더라도 내년 대선 후 정권이 바뀌면 또다른 모습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기구는 7년 전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와 다를 수 있을까.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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