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기업 실사까지..글로벌 부문 고도화한 우리은행
[편집자주] 한국 금융의 해외영토확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근 시기에도 지속됐다. 인수합병(M&A)과 제휴를 멈추지 않았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일시적으로 이익이 줄었지만 경기가 회복되면 그 동안 씨를 뿌렸던 만큼 수확을 거두게 될 것이다. '퀀텀점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오른쪽 아래 장비들은 언제 쓰는 건가요?" 잠시 후 컴퓨터 화면이 오른쪽 아래로 향한다. 인도네시아의 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기계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기업 대출 담당 직원들은 그의 말을 유심히 들으며 메모한다. 화면이 바뀔 땐 해당 기업의 재무 보고서를 뒤적이며 특이 사항을 점검한다.
드론을 이용한 우리은행의 '비대면 기업대출 실사' 장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국내 직원의 해외 현지 파견이 어려워지자 이처럼 IT 기술 등을 활용해 영업 활동을 펼쳤다. 사례를 든 것처럼 은행이 기업에 대출해줄 때 거치는 실사 과정을 드론 영상 기반 실시간 화상회의로 일부 대체하는 식이다.
코로나19로 국제 금융 환경이 나빠졌지만 우리은행은 오히려 이를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글로벌 부문 영업의 효율성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은 '일시 정지'했다. 그러면서 해외 각 국의 법인·지점의 운영이나 기능 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고도화 전략'을 진행했다.
우리은행이 글로벌 부문의 성장을 자신하는 것은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덕분이다. 다른 은행이 은행별로 베트남·일본,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주로 아시아의 특정 지역에서 수익을 집중적으로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동남아, 북미 등 지역에서 골고루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법인이 각각 약 300억원, 베트남 법인이 약 180억원, 미국 법인이 약 160억원 등의 수익을 거뒀다.
미얀마 사태와 같이 특정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가 발생해도 다른 지역에서 수익 방어가 가능한 구조라 상대적으로 안정성도 높다. 김응철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부행장은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똘똘한 어느 한 곳'이 있다기보다 양호한 곳들이 전 세계에 퍼져있다"며 "외부 요인에 의해 글로벌 수익이 급등락할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미·유럽 등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글로벌 인사이트'가 있다고 평가받는 권광석 행장의 판단이 작용했다. 권 행장은 지난해 말 글로벌그룹 인사를 단행한 뒤 "이미 구축한 네트워크 전체를 점검해 현 시점에 맞게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등 운영과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현지화 수준을 높이고, 디지털 전환(DT)에 주력하고 있다.
현지화에 대해 우리은행은 자신감을 내비친다. 애초에 해외에 진출할 때 우리은행의 전략이 '바텀-업(아래에서 위로)' 방식이기 때문이다. 곧바로 해외 특정 지역에 법인을 설립하는 게 아니라 소액대출업 등으로 진출한 후 서서히 규모를 키웠고, 일정 규모로 성장할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므로 자연스레 현지화가 동반된다.
캄보디아의 WB파이낸스가 대표적인 예다. 우리은행은 2014년 캄보디아의 소액대출금융사(MFI) 말리스(Malis)를 인수해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출범했다. 투자금은 36억원에 점포는 7개에 불과했다. 4년 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의 또 다른 금융사 비전편드를 인수하고 사명을 WB파이낸스로 정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이 두 회사를 합병했다. 이후 약 11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공격적으로 영업 기반을 확대했다. WB파이낸스는 내년 초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유력하다.
디지털 혁신 기업과 제휴도 활발하게 벌인다. 베트남에서 모바일 택시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 그랩(Grab)과 함께 우리은행 계좌로 모바일에서 바로 택시비를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캄보디아 '송금 전문 은행' 윙(Wing)과도 손을 맞잡았다. 윙은 현지에 4000여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객이 직접 점포에 방문해 송금할 금액과 송금 대상 고객의 전화 번호를 주면 점포 직원이 해당 고객에게 전화해 인근 윙 점포에서 돈을 받아가라고 알려줬다. 이런 복잡한 송금 절차를 모바일로 간편하게 만든 것이다.
김 부행장은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금융사들은 확실히 디지털 부문에서 기술적인 우위와 경험이 있다"며 "동남아 현지 은행들은 이미 엄청난 수의 점포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경쟁하기보다는 디지털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디지털 영역'을 확장하고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남아 지역의 경우 최근 중앙은행들이 금융의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사업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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