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씨 가짜뉴스 뿌리다가 고소 당하니 "제발 선처를"

석남준 기자 2021. 6.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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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대학생 사망사건 친구 측의 법적 대응에 유튜버 등 읍소 680건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 사건 관련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사건 발생 현장 인근에 손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연합뉴스

“저는 20살 여대생 네티즌입니다. 확실히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하는 문제인데 경솔했습니다.”

지난 4월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 사망한 대학생 손정민(22)씨와 동석했던 친구 A씨 측 변호인에게 최근 들어온 ‘반성문’이다. 그간 유튜브와 기사 댓글 등에는 친구 A씨를 범인으로 단정 짓거나 ‘A씨 아버지가 경찰 고위직이라 사건을 덮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한 달 넘게 지속돼 왔다. 그동안 손씨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 대응을 자제해왔던 친구 A씨 측이 지난 4일부터 가짜 뉴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고소당하지 않기를 희망하면 게시물 및 댓글을 삭제한 뒤 전후 사진과 함께 선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혀달라”고 하자 이런 반성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7일 오후 6시까지 회사 메일과 블로그, 카카오톡, 전화 등 다양한 경로로 680건 이상의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A씨 측은 이날 서울 서초경찰서에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퍼뜨려온 한 유튜버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 측이 가짜 뉴스 제작자를 직접 고소한 건 처음이다. 그간 일부 유튜버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리며 광고비 등으로 수천만원의 수익을 얻어왔다.

경찰도 엄정 대응에 나섰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7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단속을 예고하고 경고했는데도, 가짜 뉴스의 확산으로 수사 혼선은 물론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엄정히 단속하겠다”고 했다. 대학생 사망 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경찰청 수장(首長)이 ‘가짜 뉴스’에 대해 수사 의지를 직접 밝힌 건 처음이다. 손씨 사건과 관련해 무분별하게 퍼져왔던 ‘가짜 뉴스’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 4월 30일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은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전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다. 동시에 유튜브, 포털 기사 댓글창 등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소문 역시 무차별적으로 퍼져 나갔다. 사건 발생 초기에는 손씨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의 아버지가 전 강남경찰서장이라거나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라는 루머가 퍼졌다. A씨의 외삼촌이 현직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전 서초경찰서장)이라는 루머도 확산됐다. 결국 수사과장이 “나는 여동생이나 누나가 없이 남자 형제만 있어 애초 누군가의 외삼촌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친구 A씨가 벽돌이나 흉기로 손씨를 내려친 것’ ‘A씨가 공범과 함께 손씨를 살해한 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강으로 갔다’ ‘A씨가 손씨에게 열등감을 품고 약물로 살해했다’ 등 아무 근거 없이 A씨를 범인으로 특정하는 허무맹랑한 가짜 뉴스도 잇따랐다.

유튜브는 가짜 뉴스가 퍼지는 주요 통로였다. A씨 측이 7일 고소한 유튜버는 17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로, 손씨 사건 관련 동영상 60여 개를 올렸다. 지난달 21일에 올린 ‘동석자 A가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확신한다’는 제목의 동영상은 134만여 회 조회됐다. A씨 법률대리인은 “이 유튜버는 동영상에서 A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A씨 가족에 대해 욕설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은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돈을 벌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손씨 사건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린 유튜브 계정 4개는 지난달 9일부터 지난 4일까지 평균 2887만~5022만원의 수익을 각각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현재까지 수사한 상황으로는 범죄 관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그간의 수사 진행 상황과 네티즌들이 제기한 의혹을 Q&A(질문·답변)로 상세히 정리한 A4 용지 23장 분량의 문서까지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가짜 뉴스는 끊이지 않았다. A씨 측 변호인은 “익명성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받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미성년자의 경우 반성문을 제출하면 선처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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