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행복에 취한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삶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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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소설가 정유정(55·여)은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 바이칼 호수 앞에 섰다.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출간을 하루 앞둔 7일, 정유정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주인공 유나가 남편과 이혼한 뒤 러시아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쓰기 위해 한 달간 러시아를 돌아다녔다"며 "바이칼 호수에 와서야 춥고 황폐한 유나의 내면을 파고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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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3부작' 시작하는 작품.. 고유정 사건이 소설에 영향
사실적 묘사 위해 러시아로 떠나.. 바이칼호수서 주인공 심리 엿봐
"행복 강박증, 자기애 넘치는 한국.. 때로 자연스러운 고통까지 부인"
장편소설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출간을 하루 앞둔 7일, 정유정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설 주인공 유나가 남편과 이혼한 뒤 러시아 여행을 떠나는 장면을 쓰기 위해 한 달간 러시아를 돌아다녔다”며 “바이칼 호수에 와서야 춥고 황폐한 유나의 내면을 파고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나가 저지르는 악행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려고 프로파일러, 약리학과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그는 “철저한 취재를 통해 소설의 사실성을 높이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소설은 정 작가가 2019년 5월 장편소설 ‘진이, 지니’(은행나무)를 펴낸 후 2년 1개월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뼛속까지 나르시시스트인 유나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악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유나가 저지르는 일들은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유나로 인해 비극에 처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읽다 보면 가슴이 아린다.
정유정은 현재 한국사회를 행복에 대한 강박증과 자기애가 넘치는 사회로 정의한다. 자신은 항상 행복해야 하며, 삶에 고통과 불행이 섞여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부모는 어린 자녀들에게 “너는 남보다 특별한 아이”라고 주입한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 이른바 ‘악의 3부작’에서 타고난 사이코패스를 파고든 정유정이 신작에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다룬 이유다. 그는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자신만 생각하면 나르시시스트가 된다. 위험한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게 고통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르시시스트가 다른 이에게 불행을 가져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고 주인공 유나가 아닌 가족의 시점을 빌려 이야기를 전개했다. 주변 사람들의 삶이 철저히 파괴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행복 추구’로 정당화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주장을 반박하고 싶었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지닌 이들은 직장이나 학교 등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저를 포함해 누구도 어떤 선을 넘어가면 유나처럼 철저히 파멸할 수 있죠. 행복에 대한 욕망을 주제로 삼은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앞으로 ‘욕망 3부작’을 쓸 계획입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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