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은 홍길동의 호부(呼父) 호형(呼兄)인가?

2021. 6. 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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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돈의 기본소득세상]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안심 소득과 공정소득은 일종의 ‘마이너스 소득세’라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다선의원이셨던 유승민씨는 말한다. 마이너스는 한글로 뺄셈(빼기)이고 한자로 부(負) 또는 음(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씨는 마이너스 소득세를 뺄셈(빼기) 소득세나 부(음)의 소득세로 칭하거나 마이너스 소득세로 불러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굳이 공정소득과 안심 소득이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본은 한글로 뿌리고, 영어로 베이직이고 한자로 기본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이다. 마이너스 소득세가 굳이 예명을 쓰는 그 깊은 이유와 배경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두 가지로 추정해 본다. 첫째는 우리가 잘 아는 조선 시대 소설 홍길동의 호부(呼父) 호형(呼兄)을 생각나게 한다. 홍길동은 집을 떠나면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해서 집을 떠나게 됐다는 뜻에서 조선 시대 서자들의 한이 서려 있는 언어로 사용된다. 조선 시대 서자들의 그 한처럼 마이너스 소득세로 호명하지 못하는 무슨 고통(한)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둘째는 안심 귀가 버스를 착안하여 안심 소득으로 공정 무역을 착안하여 공정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고육지책 끝에 만들어진 예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유 여하간에, 마이너스 소득세가 안심과 공정을 품고 있는지 짚어 보려 한다.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란 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이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하는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이다. 신자유주의를 창시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정책이기도 하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소득세 급여대상 및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위배 되는 것이다.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이 위배 되는데 어찌 안심과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싶다. 좀 더 들어가면, 마이너스 소득세는 부과 단위를 가구로 삼고 있으며, 마이너스 소득세로 불리어지는 여러 가지 제안 가운데 미국 닉슨 대통령의 가족지원계획의 경우, 노동능력이 없는 성인들에게는 오로지 일할 의사가 분명히 있을 때만 이전 소득이 주어진다. 또, 가난한 이들이 당장 굶주림을 면하는 것이 큰일 임에도 마이너스 소득세의 이전소득이 나오는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마이너스 소득세제도는 선급 절차를 포함해야 하는 것이 자명한 것이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이론상 빈곤을 줄이는 도구로서 기본소득제도와 동일 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표준적인 자산조사에 기초한 최저소득 보장제도에 대한 논리인 복지 사각지대와 낙인효과가 마이너스 소득세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본소득은 선불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빈곤 뿐만 아니라 실업에도 효과적이고 복지 사각지대와 낙인효과가 없는 도구로 작동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필리프 판 파레이스와 야니크 판데로 보호트가 지은 베이직 인컴(Basic Income: 홍기빈의 국내 번역본 21세기 기본소득)을 참고하여 작성했음을 밝힌다. 필리프 판 파레이스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기본소득의 최고 학자이고 그가 쓴 이 책은 가히 기본소득의 최고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다선의원이셨던 유승민씨는 이 같은 마이너스 소득세를 공정소득이라는 예명이라도 사용하면서 기본소득을 연일 무조건 비판하기라도 하지만, 초선이신 윤희숙 의원은 존경받는 개발경제학자이면서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배너지와 뒤플러 부부가 함께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그 책 읽어봤냐” 하면서 국내 번역본 503페이지에서 513페이지에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중략) 선진국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편기본소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분을 글자 날것 그대로 제시하였다. 윤희숙 의원은 국내 번역본 503페이지에서 513페이지는 확실히 읽어 본 거 같다. 윤희숙 의원이 보여준 것처럼 대한민국은 선진국 사회다. 대한민국은 지난 100년 동안 일제식민지를 거쳐 해방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1998년 IMF 경제위기와 2008년 미국발 글로벌경제위기 등 다른 국가들이 겪지 않은 거대한 전환을 역동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는 인구 5천만 이상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이상 만이 가입할 수 있다는 3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린 세계 10위권 경제국이다. 윤희숙 의원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은 선진국 사회다. 그러나, 윤희숙 의원은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악마의 맷돌이 되어 노동, 토지, 화폐를 상품으로 전락시켜 한국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불평등하게 구조화된 이 끔찍한 탈근대 위험사회,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 혁명으로 7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소멸 될 것이라는 임박한 파국에 대한 사회문제의 해법은 전혀 없이 “그 책 읽어 봤냐”만 한다. 윤의원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503페이지에서 513페이지 대략 10페이지 분량만 읽지 마시고,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 라는 문구에만 얽매이지 말고 유승민씨처럼 마이너스 소득세의 또 다른 예명이라도 사용해서 주장해주었으면 한다.

다선의원이셨던 유승민씨, 윤희숙 의원님, 대한민국의, 대한민국의 체제, 대한민국의 영토, 대한민국의 탈영토화, 대한민국의 도주 선을 찾으면 안 되는지, 기본소득으로 “대한민국 만의 고유한 실험”을 하면 안 되고,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뺀 공정소득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마이너스 소득세만이 가능한 것인지를 묻는다. 또, 배너지-뒤플러가 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라는 주장이 무슨! 만병통치약이거나 신줏단지는 아니지 않나요? 라고 다선의원이셨던 유승민씨와 초선 윤희숙 의원님께 되묻고 싶다. 그리고 배너지-뒤플러의 주장이 “가난한 나라만 반드시 유용하다”라고 윤의원처럼 꼭 그렇게만 독해되지 않고 “가난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유용하다”로 독해되고 “부유한 나라는 유용하지 않다” 로만 온전히 읽혀지지 않는데 말이다. 한 가지 덧붙이면, 윤의원님! 그 책의 대략 10페이지는 확실히 읽으신 거 맞다. 그렇더라도 마이너스 소득세의 또 다른 예명이든 기본소득이든 사회문제의 해법도 제시하고, 꼭 “그 책 읽어 봤냐” 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정책 토론의 공론장을 열어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하려 한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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