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유카 사소, 필리핀 '신데렐라'가 떴다
[경향신문]
2018 아시안게임 2관왕 출신 강자
US여자오픈 연장 접전 ‘메이저 퀸’
박인비와 ‘최연소 우승’ 동률 이뤄
렉시 톰프슨, 멘털 무너지며 ‘눈물’
26세 렉시 톰프슨은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필리핀의 20세 신예 유카 사소가 그 왕관을 넘겨받아 새로운 메이저 여왕에 등극했다.
사소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 코스(파71·6383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는 3개에 그치고 더블 보기 2개, 보기 1개로 2타를 잃었다. 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사소는 일본의 하타오카 나사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잡아내 극적으로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사소는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2.4m에 붙였고, 하타오카가 버디 퍼트를 놓친 가운데 챔피언 퍼트를 홀에 떨꿨다.
이날로 19세11개월17일이 된 사소는 2008년 박인비가 세운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필리핀 국적 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제니퍼 로살레스에 이어 사소가 두 번째다. 사소는 또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김아림, 2020 AIG 여자오픈 우승자 조피아 포포프, 2019 AIG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시부노 히나코에 이어 최근 3년 동안 비회원 자격으로 메이저에서 우승한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사소는 우승 후 LPGA 투어 회원 자격을 받아들여 5년간 투어 카드를 확보하게 됐다. 사소는 “세계 1위가 되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게 꿈이었지만, 이번주에 이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이 대회에 나온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태국의 신예 패티 타와타나낏이 우승한 데 이어 US여자오픈마저 필리핀 출신의 사소가 접수하면서 LPGA 투어에 동남아 돌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주니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유망주였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태국의 강호들을 제치고 여자골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모두 휩쓸었다. 2019년 8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데뷔해 지난해 2승을 올렸다. 롤 모델은 로리 매킬로이로 역동적인 스윙 모습이 정말 닮았다.
사소는 2번홀과 3번홀 연속 더블 보기로 순식간에 4타를 잃었다. 사소의 나이와 경험을 생각하면 다시 우승 경쟁에 가세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사소는 파4 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돌린 뒤 11번홀 보기로 다시 주춤했지만 파5 16번홀과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연장에 합류할 수 있었다.
톰프슨의 추락도 비극적이었다. 톰프슨은 한때 5타 차 선두를 질주했지만 후반에만 5타를 잃었다. 마지막엔 멘털까지 붕괴했다.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17번홀에서 가까운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공동 선두를 허용하더니 18번홀에서도 보기를 해 연장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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