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나머지 공부'를 반대한다 [이용균의 베이스볼 라운지]

이용균 기자 2021. 6. 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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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야구라는 종목의 가장 큰 특징은 ‘매일매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즌 동안 143~162경기를 치르는 단체 구기 종목은 야구 말고는 없다. ‘내일도 경기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많은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루틴’과 ‘익숙함’이 중요하다는 점, 또 하나는 오늘의 실패를 내일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매일의 경기를 통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슬럼프가 옭아매기도 한다.

그래서 야구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익숙함이 매너리즘으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발전을 향한 욕심이 몸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절제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노력과 성장은 수레바퀴처럼 굴러간다. 노력이 성장을 가져오고 성장은 노력의 동기가 된다.

얼마 전 SSG 추신수에게 노력을 물었다. 추신수는 KBO리그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초반 적응기를 거쳐 빠르게 기록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5월14일 0.207이었던 타율은 7일 현재 0.268까지 올랐다. 5월15일 이후 추신수의 타율은 0.417로 같은 기간 KT 강백호(0.448)에 이은 리그 2위다. 이 기간 추신수의 출루율(0.569)은 리그에서 가장 높다. 추신수가 ‘빅리거’로서의 모습을 되찾았다.

자신의 야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궁금했다. 우리 사회에서 ‘남들보다 더한 노력’은 ‘남아서 더 늦게까지 노력하기’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야근과 잔업, 야간자율학습이 떠오른다. 남들이 쉬는 밤, 피곤을 무릅쓰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노력’이다.

추신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지금까지 야구 하는 동안 쭉 그랬는데, 경기 끝나면 훈련은 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장과 발전을 위한 ‘노력’ 역시 양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추신수는 “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은 잘 안 됐다는 것이고 기분이 안 좋다는 얘기”라면서 “기분 안 좋을 때 훈련하면 더 안 좋다. 마음과 몸을 모두 고통스럽게 만든다. 악영향만 끼친다”고 말했다.

옳은 방향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화풀이’를 위한 ‘야간 훈련’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추신수는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그 마음을 푸는 게 우선이다. 이야기 상대를 찾아서 풀어야 한다. 아니면 싹 잊고 잠들어 지워 버리는 게 더 좋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추신수에게 ‘노력’은 과거 잘못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내일의 플레이에 대한 준비를 향한다. 추신수는 “만약 고치고 바꿔야 할 게 있다면 다음날 일찍 나와서 준비하는 게 몸과 마음 모두에 낫다”고 말했다.

그래서 추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내일에 대한 준비다. 누구보다 일찍 나와서 ‘준비’에 시간을 쏟았다. 추신수가 텍사스에 남긴 레거시 역시 모든 일에 대한 철저한 준비였다.

올시즌 초반의 부진 역시 시즌 준비과정의 단계들을 뛰어넘어 압축하려던 시행착오에서 비롯됐다. 추신수는 조금 늦었지만 이제 준비를 마쳤고, 본격적으로 ‘추신수의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야구도, 공부도, 일도, 씩씩대며 화풀이하듯 밤늦게까지 애쓰는 것은 그만. 실수를 했고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툭툭 털고 잊어버린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새로운 각오로 채우는 게 정답에 가깝다. 추신수가 걸어온 길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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