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새 주인, 롯데 아니면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본입찰 2파전

[경향신문]

롯데온 부진 만회하려는 롯데쇼핑, 월드타워·몰 등 자산 매각 자금 확보
신세계, 네이버와 동맹…SSG닷컴 강점 살리고 오픈마켓 영역확장 노려

‘유통 맞수’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연간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격돌을 벌인다. 이르면 다음주 최종 승자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새 주인이 누가 되든 e커머스(전자상거래)를 포함한 국내 유통가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롯데쇼핑과 신세계의 이마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 중 이마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나서 적격인수후보에 올랐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본입찰에 불참했다. 다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측은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기 전에 추가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인수전 초기부터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온 롯데와 신세계의 대결로 압축하는 분위기다.

G마켓과 옥션, 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업계에서 드물게 흑자를 내는 알짜배기 업체로 통한다. 시장 점유율은 12%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다. 몸값이 치솟고 있는 정보기술(IT) 개발 인력과 회원 빅데이터 등 무형자산을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어느 업체든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곧바로 ‘빅3’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신세계의 경우 통합몰 SSG닷컴이 계속 성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시장 점유율은 3%대로 롯데온(5%)에 뒤진다. 경쟁사를 압도할 무기가 필요했던 신세계로선 SSG닷컴이 보유한 신선식품 등 강점을 살리면서 오픈마켓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어떤 방식으로 경영할지도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 강점을 공유하면서 시너지를 끌어올리겠지만, 기존 사업들을 끌고 가면서 운영해야 하는지라 여러 유불리 상황이 생기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네이버와의 동맹을 꾀한 건 인수 자금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이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의 지분과 부동산 등을 매각하면서 3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데 반해 신세계 이마트는 약 1조7000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심의 ‘반전 카드’가 절실한 롯데쇼핑 역시 이번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베이코리아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지난해 출범한 롯데온의 부진을 털고 유통 강자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분명 가치 있는 매물이지만 영업이익률의 하락세는 약점이다. 또 중개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보니 배송 서비스에서 물류망이 탄탄한 경쟁사에 뒤처진다. 이에 인수 참여 기업들은 이 점을 부각시키면서 매각가 5조원 이상을 내건 이베이 측과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와 신세계 측이 본입찰에 써낸 인수 가격은 베일에 싸여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주로 예정된 이베이 본사 이사회 후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베이 측이 요구하는 매각가와 차이가 크다면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