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접어든 미국 노동시장 '노동자 상위 시대'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6. 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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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수요 폭증에 '구인난'..기업들 "경력 없어도 뽑는다"
임금 1983년 이후 최대폭 상승..복지·근무 여건 개선 압박
노동 연령 인구 감소 '구조적 요인'까지 "수년간 지속될 것"

[경향신문]

미국의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채용, 임금, 근무 여건 등과 관련해 피고용자의 지위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미국 경제가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폭증한 노동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장기간 지속된 저실업, 노동 인력 감소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노동자들이 우위를 차지한 것은 한 세대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이 같은 변화가 수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은 각종 통계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지난 5월 비농업 분야 신규 채용은 55만9000명 늘어 실업률이 전달 대비 0.3%포인트 떨어진 5.8%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 규모는 시장 예상치였던 67만1000명을 하회했다. 하지만 전국자영업자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 경영자의 48%는 채용을 하고 싶어도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영업활동이 정상화됐고, 막대한 재정지출로 소비 활동이 증가하면서 노동 수요는 폭증한 반면 고용 시장에 유입되는 노동 인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임금 상승도 뚜렷하다. 지난달 비관리직 노동자 시간당 평균 임금은 두 달 전에 비해 1.3%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미국 경제가 요동치면서 통계적 왜곡이 발생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1983년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이미 맥도널드, 아마존, 뱅크오브아메리카, 언더아머 등 대기업들이 임금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노동시장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미국은 2년 연속 실업률이 4%대를 기록하면서 이미 노동력 수급이 빡빡한 상태였다. 노동 가능 연령대인 20~64세 인구 증가율이 감소하면서 지난해에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0%로 떨어졌다. 인력업체 랜드스태드 노스아메리카의 대표 캐런 피쉑은 “기업들은 재능있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미국 노동계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적인 변화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방정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자발적 퇴직자 규모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뉴욕타임스는 자발적 퇴직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취업 희망자들이 스스로 설정한 최저임금을 뜻하는 의중임금은 지난 3월 기준 대졸 미만 연봉 6만1483달러, 대졸 이상 연봉 8만6460달러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1월에 비해 무려 19%나 상승했다.

고용시장 분석업체인 버닝글래스테크놀로지는 ‘경력불문’을 내건 구인공고 비중이 2019년에 비해 3분의 2가량 늘었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사용자들이 경력자를 골라 뽑았다면 이제는 경력이 없거나 모자라는 사람을 뽑아서 훈련을 시키는 풍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력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뜻이다.

또한 사용자들은 양질의 인력을 뽑으려면 높은 임금 외에도 복지, 쾌적한 작업 환경, 유연한 근무형태, 승진 기회 등 과거에 비교적 간과했던 부문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IBM의 오베드 루상트 선임부회장은 “근본적인 무언가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변화는 얼마간 계속되겠지만 지금은 가속화되는 단계”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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