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사연' 올려 후원금 받은 센터장 엄마..'눈물의 월세' 받아간 건 그 센터장의 딸
[경향신문]
“월세를 내는 날이 다가오면 걱정이 됩니다. 기부천사님의 후원이 모여 임대료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든든한 보금자리가 되고 싶습니다.”
광주의 한 지역아동센터는 온라인 기부포털 사이트에 이런 글을 자주 올리며 후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동센터가 이렇게 모금한 후원금으로 임차료를 냈는데, 건물 소유주가 센터 대표의 딸이었다.
7일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지역아동센터 특정감사 결과’를 보면 광주의 한 지역아동센터가 기부 사이트에서 후원금을 모집해 부당하게 사용한 정황이 파악돼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아동센터는 2013년부터 기부 사이트에 “바닥이 보이는 쌀통, 배고픈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세요” “밀린 월세 매달 걱정”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요” 등 575건의 다양한 사연을 올리며 후원을 부탁했다. 딱한 사연을 접하고 최근까지 1만5955명이 아동센터에 8281만원을 후원했다.
기부포털에 8년간 글 올려
1만여명이 8281만원 후원
실제 딸과는 ‘무상임대차’
하지만 이렇게 모금된 후원금의 일부는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다. 해당 아동센터는 2018년 193만5000원, 2019년 93만5000원, 2020년 307만8000원 등 모두 594만9000원을 아동센터 건물 월세로 지급했다. 감사위원회 조사결과 월세를 받아간 건물 소유주는 아동센터 법인 대표 A씨 딸인 B씨다.
감사위원회는 A씨와 B씨가 2017년 1월 ‘건물의 무상임대기간을 5년으로 하고, 5년 후 자동 연장된다’는 내용의 무상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동센터가 ‘무상임대’ 계약을 맺고도 “월세를 후원해달라”며 기부를 받아 대표 딸에게 지급한 것이다.
B씨는 2017년 9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어머니 A씨가 대표인 이 센터에서 생활복지사로 일하며 월 190만원 정도의 급여도 받았다. 또 2018∼2019년 센터는 후원금으로 아이들을 위한 9건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95만원을 지급했다고 했지만 프로그램 일지가 없었다. 이에 대해 아동센터 대표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광주시 감사위원회로부터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관할 구청은 조만간 해당 아동센터에 대한 수사를 수사기관에 의뢰할 방침이다. 이와는 별도로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수사결과에 따라 ‘사업정지’ 등 행정명령도 내리겠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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