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몬 담당임원 괴롭힘..네이버 경영진도 알았지만 방조"

홍진수 기자 2021. 6. 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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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한성숙에 문제 제기
"이후 고인 '끝없는 터널' 토로"
노조, 사측에 재발 방지 요구
노동부엔 특별근로감독 요청

[경향신문]

지난달 25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숨진 네이버 직원이 지속적인 과로와 함께 담당임원의 폭언 등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회사 내부에서 담당임원의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경영진이 이를 방조한 정황도 확인됐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이하 노조)은 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지나친 업무지시로 인해 야간·휴일·휴가 가릴 것 없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이어 “상급자(임원 A)로부터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업무지시 등을 받으며 정신적 압박에 고통받아 왔다”고 말했다.

노조는 고인이 사망한 뒤 회사의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별도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이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회사 측에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를 협조할 것과 향후 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재발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위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가 만난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주말과 심야를 가리지 않고 업무를 했다. 밥을 먹다가도 업무적으로 연락이 오면 늘 답변을 해야 했다. 지난 1월에는 단체 채팅방에 있는 지인들에게 “두 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담당임원 A가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업무지시와 모욕적인 언행, 무리한 업무지시를 한 사례도 나왔다. 고인은 지난 3월26일 동료에게 “임원 A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 임원 A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경영진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 3월4일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가 포함된 회의에서 모 직원이 임원 A를 가리켜 책임리더 선임의 정당성에 대해 질문하자 인사 담당 임원은 “책임 리더의 소양에 대해 경영 리더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고 있으며 더욱 각별하게 선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는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회사와 노조가 공동으로 재발방지 대책위를 꾸릴 것, 책임이 드러난 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할 것, 경영진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 전 과정을 NVO(노사협의회)와 투명하게 공유하고, 조사 결과에 따른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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