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해체 수준 개혁한다더니..임금 동결 등 징벌성 대책뿐

송진식 기자 2021. 6. 7. 21: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발표 'LH 혁신방안' 살펴보니

[경향신문]

관리 소홀 책임 물어 2급 이상 간부 20% 정도 옷 벗을 듯
인력 감축 통해 ‘토지개발 기관’서 ‘주거복지 기관’ 변신
‘토지개발·주택공급·주거복지 기능’ 분리 못해 비판도

정부가 7일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은 불법 투기 방지, 경영 효율성 개선, 조직문화 재정립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러 비위 의혹이 제기된 LH의 과도한 권한과 특혜를 줄이는 한편 임금 동결, 성과급 환수 등 ‘징벌성’ 대책도 포함됐다. 현 정원의 2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을 감축해 조직의 정체성을 ‘토지개발 기관’에서 ‘주거복지 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반면 혁신안의 ‘핵심’으로 꼽혀온 조직개편안은 이번 발표에서 빠져 “맹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2000명 감축, 인적 쇄신에 ‘무게’

지난 3월2일 참여연대와 민변의 폭로로 시작된 ‘LH사태’를 계기로 그간 ‘신의 직장’ ‘철밥통’ 등으로 불려온 LH의 ‘민낯’이 드러났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 투기, 현장에서의 갑질, 퇴직자 전관예우 등 잘못된 관행뿐만 아니라 직원의 주택을 시세보다 비싸게 임대주택으로 사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는 LH사태의 근원이 “직원들의 윤리의식과 직업의식이 해이해진 데 따른 구조적 문제”(노 장관)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현 정원(9643명)의 20%가 넘는 2000명 이상을 감축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감축 대상인 2000명 중 1000명가량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기능을 이관하거나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2급 이상 간부 529명 중 20%에 해당하는 106명이 옷을 벗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1000여명은 정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본부 등 지방조직에서 감축할 계획이다. 투기 등 비위를 일으키는 내부 ‘고인 물’을 빼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가 “명예·희망퇴직 등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정년(60세)을 앞둔 50대 중·후반 직원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투기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LH 관련자 중 대부분이 50대 중·후반 현직, 혹은 직전 퇴임한 간부들이다.

한 LH 직원은 “사내에서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입사한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왔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부동산 개발 중심의 조직 DNA(문화)를 주거복지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두고 기능과 조직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 핵심인 조직개편안은 빠져

LH의 주요 업무인 토지개발·주택공급·주거복지(임대주택관리)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담은 조직개편안은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 정부는 “해체 수준의 개편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과거처럼 토공과 주공으로 분사하는 방안, 토지·주택공급 기능과 주거복지 기능으로 분리하는 방안, 모회사(주거복지) 아래 자회사(토지·주택)를 두는 방안 등을 들고 당정 협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각에선 기능 분리 시 “공공주택 공급 및 관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노 장관은 “당정 협의에서 좀 더 신중하게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공청회나 여야 정치권과의 협의 등을 거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최종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더니 LH가 기존 업무를 모두 유지하는 등 중요한 내용은 다 빠졌다”며 “개발업무는 지자체나 지방공기업에 이관하고 LH는 주거복지 기능에 전념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다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