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만 강조, 장시간 노동 묵인"..IT 업계 문제 없나
[앵커]
IT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성과만 강조하면서 일상적인 과로는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이 문제라는 겁니다.
이어서 옥유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몸이 으드득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는 뜻의 '크런치 모드'.
IT업계의 노동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새 프로그램 출시나 업데이트를 앞두고 밤을 새워 일하는 이 모습은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보상휴가도 그림의 떡입니다.
[IT업체 직원/음성변조 : "비정상적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인사팀에서 연락이 와요. 보상휴가 쓰고 쉬시라고 연락은 와요. 휴가 쓰고 그냥 회사에서 일하는 거예요."]
프로그램 개발이 중단돼 팀이 해체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직원들에게 돌아갑니다.
다른 팀에 합류하려면 재교육실에 배치돼 사내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매번 입사시험을 방불케하는 테스트를 받는 겁니다.
[IT업체 직원/음성변조 : "개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챌린저스실(재교육실)에 있다고 하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해요. 능력이 없으니까 나가지도 못하고 저기 있다."]
'자율과 책임'의 미국 실리콘밸리 조직문화를 도입했다는 국내 IT 업계.
그러나 현실은 '무한경쟁과 장시간 노동'이라고 직원들은 하소연합니다.
실제로 국내 IT 업계 종사자 3명 가운데 1명은 주 52시간 초과해 근무하고, 28%는 수당이나 휴가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노조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의 CEO들이 전통적인 기업의 CEO들보다도 더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이죠. 자기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한테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구는 것은 과연 우리 사회 IT 기업의 혁신, 창조적 기업의 리더인지 묻고싶습니다."]
창의와 혁신보다 과로와 갑질 관행에 익숙해진 한국 IT 업계.
그 내부에서조차 전반적인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옥유정입니다.
촬영기자:조용호/영상편집:박상규
옥유정 기자 (ok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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