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직무유기 국선변호사, 피해자 신상도 유출" 추가 고소
[경향신문]
“이 중사 1년 전 첫 추행
모두 세 차례 피해 입어”
이 중사 부친·회유 상관들
통화 녹취록 증거로 제출
국방부, 피해자 부대 압색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유족 측이 7일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추가 고소했다. 이 중사가 이번 사건을 포함해 1년간 세 차례 성추행당했다는 추가 의혹도 제기했다. 국방부는 이 중사가 근무했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단 한 차례도 면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A씨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뿐만 아니라 묵과할 수 없는 다른 혐의도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A씨가 이 중사의 인적 사항과 사진 등을 외부로 유출하고, 유가족을 ‘악성 민원인’으로 부르며 비난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달라고 고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또 이 중사가 “(가해자) 장모 중사 사건까지 (포함해) 세 차례 1년간 추행당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최초 강제추행은 1년 전쯤 있었고, 그 당시에도 파견 온 준위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며 “그때도 사건 회유나 은폐 가담 인원에 의해 회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번째 강제추행은 직접 은폐에 가담했던 인원 중 한 명이 했기 때문에 세 차례 1년간 추행당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상관들인 상사·준위 등과 이 중사 아버지가 직접 전화통화한 녹취도 검찰단에 추가 증거자료로 이미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추행 피해 신고 후 회유를 한 의혹 등으로 지난 3일 고소당했다. 녹취에는 3월23~24일쯤 이 중사 부친이 당시 회유 관련 정황을 전해들은 뒤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공군 검찰은 지난 4월 초 성추행 사건을 송치받은 뒤 55일간 가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자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집행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공군은 ‘군내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여성 변호사를 우선 배정한다’는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을 보면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사건처리 관계자(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하고, 여성 국선변호사가 없는 등의 경우 ‘군 범죄 피해자 국선변호사 예산을 활용해 민간변호사를 국선변호사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족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전 공군총장과 상부 지휘관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이 예정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날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 등 3개 부대에 대해 지난 4일부터 감사 중이라고 밝혔다. ‘군내 성폭력 사건 보고 및 대응체계’가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가 여군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사흘 만에 인지하고도 국방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방부 감사팀은 공군본부와 20비행단에서 이 중사의 최초 신고부터, 해당 부대에서 어떤 조치를 했고 상급 부대에는 언제 보고했는지 등을 규명하고 있다. 이 중사가 전속 배치된 공군 15비행단에서는 피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현행 국방부의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을 보면 성폭력 신고 상담 접수 시 그 사실을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양성평등 업무계선(통)으로 ‘개요 보고’해야 한다. 영관급 이상 및 군 수사기관 연루 등 사회 이슈화 가능 사건 등 중대 사고의 경우에는 개요 보고 후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이 중사가 최초 신고를 했을 때 해당 부대에서 이런 훈령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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