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 '각하'.. 3년 전 판결 뒤집은 법원, 이유는?
"사건 소송비용 강제집행하게 되면 국제법 위반하는 결과 초래"
법조계 "전원합의체 판결 3년도 안 돼서 하급심서 판결 뒤집힌 건 이례적"
◆법원 “손해배상청구권, 청구권협정 적용대상”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으로 봤다. 재판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대한민국은 여전히 국제법적으로는 청구권협정에 구속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동안 체결된 청구권협정 등은 적어도 국제법상의 ‘묵인’에 해당해 그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는 건 비엔나협약 제27조와 금반언의 원칙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반언의 원칙은 ‘이전 언행과 모순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엔나협약 제27조는 ‘어느 나라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확정했을 때 나온 소수의견이 이날 판단과 같았다. 권순일·조재연 당시 대법관은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는 지난 3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승소 사건에서도 ‘일본 정부로부터 소송비용을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적 있다. 재판부는 당시 결정문에서 “외국에 대한 강제집행은 해당 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극단적으로 조약이 국내적으로 위헌무효가 선언되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약의 국제법적 효력은 손상될 가능성이 없고, 여전히 대한민국은 조약의 준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지 3년도 안 돼 하급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건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만, 흔히 있는 일도 아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과 반대되는 결정을 내리는 걸 ‘치받는다’고 한다. 이 사건처럼 사회적 논란이 있는 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치받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원고들이 즉각 항소키로 한 만큼 일단 항소심이 1심 판결을 유지할지 알 수 없다. 항소심이 1심을 그대로 인용하더라도 같은 ‘김명수 대법원’에서 3년 전 판결을 뒤집을지 미지수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반하는 판결이기 때문에 실제로 대법원에 올라갔을 때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판례 변경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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