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주차장에 밀린 운동장.."엄마, 우린 어디서 놀아?"
오늘(7일) 밀착카메라는 '우리 이제 어디서 놀아야 돼?' 하고 묻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해줄지 고민해봤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를 부수고 주차장을 짓겠다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동네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사람들이 차를 댈 곳에 부족하다는 건데요.
다른 방법은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의 '밤가시마을'입니다.
골목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밤리단길'이란 이름도 붙었습니다.
대신 골목마다 불법주차한 자동차들이 다닥다닥 세워진 풍경은 일상이 됐습니다.
[최중혁/방문객 : 주차선이 있는 게 아니니까. 비집고 대야 하는 느낌. (주차하는 데만) 한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박연정/카페 주인 : 즐기러 오시는 건데, 주차시설이 너무 없으니까 오셨다 돌아가고…]
이에 고양시가 지난 2월, 5억 원을 들여 자동차 일흔 대를 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어린이 운동장을 부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짓겠다는 겁니다.
[주민 : 입주민들도 사실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되게 힘들거든요. (어린이 운동장이) 비어 있는 공간이니 좀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죠.]
아이들 반응은 어떨까.
11살 소연이는 집보다 운동장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박소연/초등학교 4학년 : 비 오는 날엔 엄마 아빠랑 산책하러 가고.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동물 놀이나 열매 따서 갖고 놀거나 그래요.]
11살 주하도 운동장이 그대로 남아 있길 바랐습니다.
[임주하/초등학교 4학년 : 주차장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여긴 어린이 공원이니까 없어지지 않았으면…]
동네에 있는 유일한 놀이터가 사라지면, 남는 건 차들이 달리는 골목뿐입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하나/학부모 : 주말엔 아빠와 '캐치볼'하고 자전거도 배우고…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까 '그럼 어디서 놀아?' 물어보더라고요.]
[허윤혜/학부모 : 아이들이 여기서 놀고 싶은 것을 계속 놀게 해주고 싶어서… 코로나 때도 여기 때문에 버텼어요.]
대안은 없을까,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한다는 건데, 그럼 운동장을 없애는 것 말고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현장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겠습니다.
[정상희/주민 : 공원 바로 옆에 매매가 나온 땅들도 있어요. 굉장히 큰 부지에… 거기를 매입해서 타워를 올린다든가.]
[허원/상인회 회장 : 공통점은 하나예요.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것. 지하주차장으로 만들면 싸울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어린이 공원을 없애지 않으면서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양시청은 뒤늦게 계획을 멈추고 주민 설명회도 열겠다는 입장입니다.
[고양시청 관계자 : 일방적으로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주차공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간을 뺏는 방법밖에 없는지는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잠시 일상이 정지된 지금,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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