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떠맡은 할아버지·할머니의 '양육비 청구권' 인정
[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 법은 이혼한 배우자에게 매달 자녀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권리가 보장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 뒤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에 맡겨진 손주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법에 뚜렷한 규정이 없어서 양육비 소송을 내도 결과가 제각각이었는데요, 대법원이 처음으로 외할아버지의 양육비 청구권을 인정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5년째 외손자를 맡아 기르고 있는 70대 A씨.
이혼 소송을 하던 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엄마 잃은 외손자의 후견인을 맡았습니다.
그러자 월 양육비 70만원 씩을 보내오던 아이의 친아버지, 즉 A씨의 사위는 양육비를 뚝 끊어버렸습니다.
A씨는 사위를 상대로 매달 양육비 2백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손자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후견인임에도, 외할버지의 신분으론 양육비를 받아 낼 길이 막막했습니다.
매달 들어갈 미래의 양육비는 '배우자가 청구할 수 있다'고만 민법에 규정돼 있어, 다른 사람은 요구할 자격조차 안 됩니다.
이혼 등에 따라 급증한 이른바 조손가정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경제적 궁핍으로까지 내몰리는 처지.
아이를 맡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겁니다.
[손자 양육 할머니] "저는요, 애기만 키웠어요 정말…진짜 수입이 하나도 없어요. 할아버지도 아프고 건축 일을 하고 있는데 매일매일은 못 나가요. (양육비로) 앞이 캄캄할 거 같아요."
그런데 대법원이 배우자가 아닌 양육자에게도 양육비 청구권이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양육책임에 대한 민법 조항을 폭넓게 적용하면, 미성년자를 책임지는 후견인이도 친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며 사위가 A씨에게 매달 1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태영 변호사/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송 결과가) 사실 운에 좌우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이걸 대법원이 '청구인 적격이 있다'고 판례를 내주셨기 때문에 훨씬 양육비 확보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결정으로 하급심에서도 양육비 청구권이 폭넓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친권자가 아닌 후견인의 양육비 확보가 더욱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정인학/영상편집:김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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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윤선 기자 (ksu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249248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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