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친기업 행보가 아쉬운 이유
'난 홈리스(homeless, 노숙자)가 아니야. 그냥 하우스리스(houseless) 집이 없을 뿐이야.'
올해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영화 '노매드 랜드'에서 주인공 펀은 우연히 마주친 옛 이웃 아이가 묻자 이렇게 대답하죠. 이 영화는 얼핏 보면 돈에 얽매이지 않는 무소유의 삶도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하지만 한 꺼풀 벗기면, 2008년 금융위기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일자리와 집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4대 그룹 대표와 간담회를 했고, 이어 김부겸 총리도 경제5단체와 만났지요. 이 밖에도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까지, 기업과 소원하다는 평을 들어온 문재인 정권의 친기업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위시한 정권 핵심 인사들이 기업인들과 만나면 최소한 'WHY-뭐가 문제인가?', 'HOW-그럼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2가지는 논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일자리를 예로 들면 왜 고용절벽이 해결되지 않는지, 고용을 늘리려면 당장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부터 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그럼 '왜 만나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요.
그러니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정부가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 구직을 단념한 채 '그냥 쉰다'라는 실업자가 270만 명을 넘었다는 절규를 듣고는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지만 해결할 의사가 없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겁니다.
여기서 조선 시대 신하들의 '통촉하여 주옵소서.'라는 외침이 연상되는 건 왜일까요. 한자어 통촉은 밝을 통, 촛불 촉입니다. 우리 사정을 대충 넘어가지 말고, 촛불을 들어 어두운 곳을 밝혀 문제를 잘 헤아려 달라는 의미입니다.
'기업을 옥죄는 낡은 규제를 풀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임기 동안 노력하겠다. 그러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
기업들은 뻔한 덕담 보다 정치지도자의 이런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기대하지 않았을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친기업 행보가 아쉬운 이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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