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제트 열릴 때까지 낙향해 '어사 박문수' 위민사상 기립니다"

박경만 2021. 6. 7. 20: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짬][짬] 디엠제트관광 장승재 대표

고향인 평택 진위면 봉남리에 ‘암행어사 박문수 문화관’을 마련한 장승재 디엠제트관광 대표. 사진 박경만 기자

비무장지대(DMZ) 관광의 개척자로 꼽히는 장승재(64) 디엠제트관광 대표가 고향인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 ‘암행어사 박문수 문화관’을 열고 박문수 알리기에 팔 걷고 나섰다.

이유가 뭘까. 지난달 29일 박문수 문화관에서 만난 장 대표는 “2000년부터 디엠제트 관광사업을 시작해 20년 동안 전념해왔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코로나19로 막히는 바람에 최근 2년간 관광을 전혀 할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마포에 있던 디엠제트관광 사무실을 잠시 접고, 평소 관심 있었던 평택의 역사적 인물인 암행어사 박문수를 만나러 평택으로 내려갔다.

2000년 디엠제트 관광 개척한 선구자
돼지열병·코로나19 등에 막혀 중단
“분단사·평화·생태 유일한 체험현장”

어사 출생지인 평택 진위면 봉남리에
‘박문수 문화관’ 열고 탄신 330돌 기려
‘조선 역사인물 관광특구 여행’ 등 진행

장 대표는 “디엠제트 관광이 초창기보다 더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남북관계가 이 정도까지 변수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상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거기다 코로나19와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잇단 전염병으로 전방지역 통제가 계속되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디엠제트 관광의 상징적 인물이 갑자기 박문수를 들고 나온 게 생뚱맞다는 말에 그는 “어릴 적부터 동네 어르신들한테 박문수 선생에 대해 많이 듣고 자랐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선생의 충성·위민·청렴·소통·실천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문수(1691~1756)의 본향은 경북 고령이지만 진위현 향교동(현 평택시 진위면 봉남리)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다. 1727년(영조 3년)에 암행어사로 임명돼 전국을 돌며 탐관오리들을 엄벌해 곤경에 처한 백성들에게 해결사 구실을 했던 전설적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부터 진위면에 자리한 박문수 출생지와 조선왕조 설계자인 정도전 사당, 임진왜란 때 장수 원균의 묘를 연계해 ‘조선 역사인물 관광특구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총 15강좌로 ‘제1기 암행어사 박문수의 위민실천 리더십 아카데미’를 열 예정이다. 이어 선생 탄신 330돌을 맞는 10월에는 ‘암행어사 박문수 선생의 위민사상’이란 제목의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장 대표는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암행어사 박문수가 오늘날에도 회자되고 있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흔치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라며 “공직자들이 그의 청렴과 위민정신을 본받아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승재 디엠제트관광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는대로 다시 비무장지대로 달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디엠제트로 달려갈 예정인 그가 애초 디엠제트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것은 한국관광공사에 재직하던 1989년부터다. 이후 1997년 공사를 퇴직하고 디엠제트 관광에 본격적으로 나선 그는 2005년 강원도 양구 두타연 트레킹, 2007년 경기도 연천 열쇠전망대 철책선 걷기, 2008년 디엠제트 평화벨트 동서횡단, 2016년 임진강 역사문화 탐방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해왔다. 특히 2007년 7월~2013년 5월 운영한 ‘연천 열쇠전망대 인근 남방한계선 철책선 1㎞걷기’는 큰 인기를 끌면서 디엠제트 체험관광의 새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디엠제트 관광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 “특정한 지역에 한국의 현대 분단사가 압축돼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친 것 같아 안타까웠다. 디엠제트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디엠제트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강화~김포~파주~연천~철원~화천~양구~고성에 걸쳐 조성된 11개 전망대를 꼽았다.

“북녘땅을 직접 보지 않고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어요. 북한을 직접 봐야 평화·통일·생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디엠제트 관광이라 하면 보통 땅굴과 전망대를 말하는데, 안보적 측면만 강조하는 땅굴과 전망대는 달라요. 둘을 똑같이 안보관광 세트로 보면 안됩니다.”

장 대표는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파주·철원·고성에서 잠시 운영하다 중단된 ‘디엠제트 평화의 길’이 앞으로 10개 시·군으로 확대되면 디엠제트 체험의 대표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평화의 길을 만든 것은 대단한 용기”라며 “평화의 길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평화·통일·생태·남북관계를 생각하고 의지를 다지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디엠제트 관광 개발이 생태 환경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 “디엠제트는 평화와 생태 관광을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전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라며 “보전을 위해서라도 현장을 가봐야 하고, 사람을 오게 하려면 기본시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대표는 2018년 개발해 3번 운영하다 중단한 강원도 화천·춘천·홍천을 묶은 ‘북한강 3천 투어’를 재개할 채비를 하는 한편, 경기도 포천·연천·동두천을 묶은 ‘임진강 3천 투어’도 준비 중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