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만지는 직종은 달랐다.. 은행원·증권맨, 시급 첫 5만원 돌파

윤진호 기자 2021. 6. 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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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인 1분기 시급 '전업종 1위'

올해 1분기 금융업 종사자들의 시급이 5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처음으로 5만원을 돌파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인들의 월급 봉투는 두꺼워졌지만, 금융사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이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근속 연수가 길어지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7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 및 보험업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797만6314원, 근로시간은 158.6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급은 5만292원으로, 모든 업종의 평균 시급(2만4379원)의 2배에 달했다. 최저임금(8720원)과 비교하면 6배다.

이 통계는 고용노동부가 매월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 5만여곳을 정해 조사한다. 표준산업분류에 따라 광업, 제조업 등 17개 업종으로 나누는데, 은행·보험·증권사 등이 ‘금융 및 보험업종’에 포함된다.

/그래픽=김성규

◇4대 시중은행 생산성은 1년 새 6.7%↓

금융업 종사자들이 일을 오래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의 월 평균 근로시간(158.6시간)은 전 업종 평균(156.3시간)과 비슷하고, 광업(176.2시간)이나 제조업(169.5시간)보다 적다. 금융업의 근로시간은 1년 전보다 4.5시간 줄었는데, 같은 기간 임금은 오히려 79만1773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1년 전과 비교한 시급 증가율은 14.2%(4만4050원→5만292원)로, 모든 업종 중에서 유일하게 10%를 넘었다.

반면 금융인 1인당 생산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1억7536만원으로 오히려 1년 전(1억8810만원)보다 6.8%(1274만원) 줄었다.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판단하는 지표인 판매관리비 중 인건비 비중은 올해 1분기 64.9%에 달했다. 2019년 62.4%, 2020년 63.5%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 비율을 50%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HSBC 51.4%(2019년 기준), JP모건 52.5%, 씨티그룹 50.3% 등이다.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 금융 혁신 번번이 발목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들이 속속 금융업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힘겹게 내놓은 혁신 금융서비스를 직원들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2019년 금융과 통신을 접목시키겠다면서 내놓은 알뜰폰 사업 ‘리브엠’은 노조 반발로 좌초될 뻔했다.

저렴한 통신료로 가입자가 10만명에 달했고, 은행도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테크에 대항할 여러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조가 은행 고유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진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금융노조는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간 업무 조율을 위해 마련한 ‘디지털 금융 협의회’에도 자리를 달라고 요구해 두 자리를 확보하기도 했다.

금융사 내부에서 실제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고질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관리자급 직원과 행원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38.5대61.5였다. 그러다 2008년엔 60.2대39.8로 관리자급 직원들이 더 많아졌다. 2013년 이후 행원 비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관리자급 직원 비중이 행원보다 많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사들은 인력 구조의 노쇠화, 강한 노조로 인해 탄력적인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 변화에 걸맞지 않게 호봉제 중심의 집단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어 평가·보상 체계의 선진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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