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너무 많다"..부동산 조사 결과 받아들고 쩔쩔매는 민주당

노지원 2021. 6. 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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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땅 투기]부동산투기 적발되면 출당 등 고강도 조치 예고
'기소도 안 됐는데 출당이라니..' 당내선 불만
8일 최고위서 논의.. 송 대표, 정면돌파 여부 '주목'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소속 의원 12명(16건)이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연루됐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권익위에 자청해 의원 전수조사를 받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나오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의원 출당 등의 강력한 조치를 공언했던 당 지도부는 이날 회의를 열지 못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온 7일 기자들을 만나 “오늘 최고위 등 관련 지도부 회의는 소집되지 않을 예정”이라며 “당은 (의혹 대상자 명단 등) 관련 내용을 통보받고 연관된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후에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내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위를 열어도 논의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권익위로부터 법령 위반 의혹이 있는 의원 명단을 전달받았으나, 공개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명단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의원들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연루된 의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며 말을 아꼈다.

민주당은 지난 3월30일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았던 김태년 원내대표가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할 때만 해도 “권익위 전수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역시 권익위의 전수조사와 관련해 단호하고 엄격한 조처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본인들의 소명을 들어보고 미흡할 경우에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연루자는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이전까지 복당 금지 등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선제적인’ 강력한 대처를 약속하며 쇄신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지도부 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8일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송 대표가 엄중하게 조치한다고 했으니 그 기조를 유지하되 사안의 경중을 따져볼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권익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혹 대상자에 대해 출당 등 엄격한 조처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수사로 드러난 게 아닌데 이 정도 수준으로 탈당 조치는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초선·중진 선수와 상관없이 “기소도 안 됐는데 출당 조치를 하는 것은 정말 곤란한 일” “엄정하면 좋지만 억울한 사람이 나오면 안 된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편에선 민주당이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한 것도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권익위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차명 거래 사실 등은 애초부터 드러날 수가 없었다”며 “특히 국회의원은 농지법상 예외조항이 많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 실제 수사하면 죄가 안 되는 것도 많을 것이고 스스로 공개한 재산 내역으로만 했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조사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송 대표가 약속대로 강도 높은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사과하며 ‘내로남불의 수렁’에서 간신히 벗어난 만큼,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예 전수조사도 의뢰하지 않은 국민의힘을 향해 함께 조사를 받자고 요구하며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문제가 된 의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안병길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의혹이 제기된 의원 명단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의힘도 섣불리 공세 수위를 높일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참에 국민의힘도 부동산거래 관련 전수조사를 받으라는 압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지원 서영지 심우삼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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