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 기초과학, 묻지마식 투자해야 성과"

이준기 2021. 6. 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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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들 혁신으로 돌파구 마련을
신기술 인재 키우려면 교육시스템 대대적으로 바꿔야
캠퍼스內 AI미래연구원 신설, 정부 프로젝트 대응 계획
유지상 광운대학교 총장 D사이언스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이준기의 D사이언스 유지상 광운대 총장

영락없는 과학자였다. 자신의 전공 분야인 영상신호처리가 AI(인공지능)와 만나 어떤 혁신으로 이어질지, 뉴 노멀 시대에 기초과학이 왜 중요한지, 27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해 국민 체감형 성과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역할과 교육시스템 변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 등 국가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깊은 고민과 사색의 흔적이 느껴진다.

유지상 광운대 총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과학기술계와 대학이 안고 있는 각종 문제를 명쾌하게 궤뚫고, 이에 대한 통찰과 혜안을 제시했다. 유 총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한 교수이자 과학자다. 2018년 총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 3년 동안 '국가대표 ICT 특성화대학'인 광운대의 야전 사령관으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학내 변화와 혁신을 진두지휘하며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그는 이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로 개척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혁신의 끈을 조이고 있다.

유 총장은 "대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선 '혁신' 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후 대학의 근본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새로운 시대에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전통적인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대학 역시 혁신을 통해 생존의 돌파구를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대학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피력했다.유 총장은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고, 더 나아가 '과학기술 경쟁력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는 점을 국가 리더는 보다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대학 석·박사 인력 등 신진 연구자들이 사회 전반에 폭넓게 진출해 우수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초과학에 대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더 한층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이공계 석·박사 지원률 갈수록 떨어져…처우개선 등 역량 키워야"=대학 입학 때는 문과 계열보다 취업 기회가 넓은 이공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하지만, 이공계 대학원 석·박사 입학 지원률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일부 이공계 대학원은 입학 정원을 아예 채우지 못하는 등 점점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 총장은 "이공계 대학원 지원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특히 이공계 석·박사가 3년 간 연구활동을 하는 것으로 병역의무를 대체하는 '전문연구요원' 감축도 지원률을 떨어 뜨리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연구원요원 증원 등 이공계 대학원 지원률을 높이기 위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이공계 석·박사 인력의 양적 증가는 수요를 넘어 공급 과잉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석·박사 학위를 받고도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 못한 채 낮은 처우 속에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우리 과학계의 민낯이다. 이렇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거나, 해외에서 학위를 받고도 일자리도 없고, 처우도 열악한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유 총장은 "20세기 후반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공계 석·박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지금은 이와 반대로 공급이 넘쳐나고 있다"며 "애써 길러낸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창의적·도전적인 연구를 통해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도록 처우 개선과 일자리 확충, 사기 진작책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너지는 대학의 기초과학 세워야 '제2의 과학기술 부흥'"=유 총장은 대학의 기초과학 육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 대학을 제외하고 다른 대학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 학과는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아 거의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며 "국립대를 중심으로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을 집중 육성하고, 사립대는 특성 학과를 키우는 등 대학 인재 육성이라는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몇 년 전 글로벌 기업인 미국 3M을 방문하고 놀란 사례를 언급하며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테이프 회사로만 알고 있었던 3M에 가보니 박사급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들이 연구한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기초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시장이 원하는 다양한 혁신제품들이 출시되면서 3M은 세계적인 신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기초과학 분야에 있어서는 소위 '묻지 마'식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 10년 이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갖춰질 때 비로소 파괴적 혁신에 가까운 알찬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변화·혁신이 미래 생존 좌우"=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 전환과 학령인구 감소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의 여파로 국내 대학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대학 앞에 놓인 이전과 전혀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고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른바 '벚꽃이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속설이 서서히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 총장은 "코로나19 이후 교육만큼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는 없다. 우리 교육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200년 이상 지속해 온 집단 효율성을 강조하는 대학 강의실 교육 시대는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대학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으로 봤다.

그러면서 "대학의 기본 역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처럼 획일적이고, 경직된 교육 시스템은 사라지는 대신 학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물리적·공간적·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가상공간 등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방식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와 혁신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은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해 그들의 역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주는 플랫폼이 되어야 하고, 지역사회와 자원을 공유해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대학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다.

◇"첨단기술 핵심인재 확보가 미래 경쟁력"=유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AI 등 첨단기술 분야의 핵심 인재확보가 국가 미래를 결정하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대학이 신기술 분야의 인재를 길러 산업체에 공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대학 교육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대학은 단순 암기식 교육이 아닌 창의와 융합, 문제 해결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교육으로 시스템을 대전환해야 한다"며 "창의성,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 리더십, 창업가적 역량을 길러주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교육체계로 전면 개편하고, 개인 맞춤형 교육, 평생교육, 재교육 등을 지향해야 한다"고 대학 교육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 사회가 복잡하고 다변화하는 속에서 다양한 접근성과 통합적 관점을 가진 인재를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융합적 사고 역량과 다학제 지식, 창의적 문제 해결, 협업 등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총장은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새롭게 생각하고, 기존 생각이나 개념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대학은 다양한 배경의 학문이나 사람을 통섭할 수 있는 융합 인재를 기르고, 다른 지식을 언제든 받아들일 수 이는 열린 자세를 지닌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운대, ICT 넘어 AI로 도전적인 미래 개척할 것"=광운대는 전통적으로 전자공학과로 유명한 대학이다. 1934년 창학(創學) 이래 전자공학과 무선통신 분야를 국내 처음 도입한 '특성화 대학의 원조격'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80년 넘게 우리나라 ICT 분야를 이끌면서 가장 혁신적인 성장을 거둔 대학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국내 ICT 산업계에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는 등 ICT 특성화 대학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유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의 경쟁력은 ICT와 소프트웨어 융합에 의해 좌우된다"며 "우리가 쌓아온 ICT 기반의 융합 역량을 바탕으로 대학의 메가 트렌드와 혁신의 경쟁 상황에서 'AI 선도대학'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출발점에 섰다"고 광운대의 미래 지향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그는 총장 직속에 'AI 미래연구원'을 신설해 대학 내 AI 분야 컨트롤타워로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다. 학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AI 관련 교육과 연구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부 차원의 AI 분야 대형 프로젝트와 교육사업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유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AI 미래연구원'을 광운대의 새로운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는 동시에 대학 간 협업으로 신기술 분야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 뉴 노멀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비상하도록 혁신의 페달을 힘차게 밟아 가겠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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