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켈리도 백승현 같은 '유격수'였다 [안승호의 PM 6:29]
[스포츠경향]
그는 중학교 3학년까지 꽤 소질 있는 유격수였다. 본인의 추억담을 여과 없이 가미하면, 그는 만 15세 가운데선 전국 원톱 유격수로 통했다. 그러나 그는 고교 진학 후 대학 입학을 앞둔 선배들의 포지션 안배 문제로 유격수보다는 투수 출전 빈도가 늘어나면서 이후 선수 생활을 마운드에 ‘말뚝박게’ 되었다.
그는 말한다. “내가 유격수를 계속 했다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대변혁이 있지 않았겠냐”고. 그는 또 말한다 “내가 유격수를 계속 했다면 적어도 90년대 LG 유격수 류지현은 나오기 힘들지 않았겠냐”고.
그는 1992년 2차 1라운드(전체 4순위)에 LG에 지명돼 90년대 황금기의 LG 불펜을 지키고 투수코치로 알찬 이력도 쌓은 차명석 LG 단장이다.
‘코믹 코드’로 대화에 양념을 자주 치는 차 단장은 무협 ‘웹툰’을 그리듯 본인의 과거를 회고했지만, 차 단장이 성남중 시절까지 꽤 잘 하는 유격수였다는 건 왜곡 없는 사실이다.
차 단장은 명유격수 출신인 류지현 LG 감독을 두고는 “류 감독은 반대로 중3 때 전체 랭킹 3위 안에 드는 투수였다. 유격수로 워낙 뛰어나 다른 변수가 없었을 뿐이지, 어려서는 투수로도 유망했다”고 기억했다.
유격수로 야구를 시작했다는 건 일찌감치 야구선수로 운동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증표다. 리틀야구라도 유격수라면 이른바 ‘자세’가 나와야 할 수 있는 자리다. 기본적인 발놀림과 볼 다루는 캐칭 능력에 송구 능력 그리고 경기를 읽는 센스까지 두루 갖춰야 설 수 있는 자리다.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왼손잡이가 아닌 경우, 야구 좀 한다고 하면 고교야구까지는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하는 선수가 꽤 많다.
지난 5일 광주 KIA전에 등판해 최고 구속 153㎞를 던지며 1군 투수 데뷔전을 치른 LG 백승현도 유격수 출신이다. 백승현은 2015년 2차 드래프트 3라운드에 LG 지명을 받은 뒤로 유격수로 성장의 길을 찾았지만, 이따금 얻은 1군 무대에서 타율 0.213(89타수 19안타)에 머무는 등 타격에 아쉬움이 컸다. 벽에 부딪힌듯 답답하던 중에 지난해 1월 호주 질롱코리아에 합류한 뒤 어쩌다 마운드에 오르면서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진 것이 변신의 단초가 됐다.
백승현은 데뷔전 이튿날인 6일 차우찬의 1군 등록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지만 인상적인 첫 등판으로 머지 않은 시점에서의 1군 복귀를 기약했다.
백승현의 향후 시나리오 중 최상의 자리에는 팀 동료인 외국인투수 케이시 켈리가 있다. 켈리 역시 ‘유격수 출신’이다.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에 지명됐다.
켈리는 싱글A에서 보낸 2009년 데뷔 첫 시즌에서 전반기는 투수, 후반기는 유격수로 뛰었다. 켈리는 스스로 투수보다는 유격수가 뻗어가기를 원했지만, 싱글A에서도 타율이 0.222에 머물며 삼진율이 27%에 이른 것에 발목이 잡혔다. 같은 무대에서 투수로 거둔 성적은 6승1패 평균자책 1.12. 켈리는 그해 10월 투수로만 평생을 뛰기로 마음을 먹었다.
올시즌에는 야수를 패전처리 투수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아졌지만, 혹여라도 투수 자원이 바닥난 상황의 박빙의 연장 승부에서 야수 한명을 투수로 써야한다면 어느 팀이라도 유격수가 불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KBO리그 유격수 계보의 시초인 김재박 전 LG 감독은 MBC 청룡 시절이던 1985년 7월27일 잠실 삼성전에서 유격수로 뛰다가 1-1이던 연장 10회 급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 2구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된 이력이 있다. 김 전 감독은 10회말 끝내기 안타까지 쳤다.
나이가 어릴수록 유격수와 투수의 재능은 같이 가는 경우가 많다. 그 한쪽을 고르는 건 일생일대의 운명적 선택일 수 있다. 1995년생으로 20대 중반을 지나는 백승현은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그 한쪽을 잡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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