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아빠들의 육아법 '아이도 키우고 부모도 성장한다'

한겨레 2021. 6. 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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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아빠
아빠들의 '워라밸' 고민 담은
'85년생 요즘 아빠' 화제 되고
육아 매거진 '호락호락'도 순항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위한 뉴스레터’ <호락호락>을 발행하는 이민재 편집장이 딸아이를 안고 있다. 이민재씨 제공

1980~2000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세대로 편입되면서 ‘아빠 육아’가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아빠가 펴낸 육아서와 아빠가 편집장으로 있는 육아 매거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 부모들의 요즘 육아 키워드 6가지’를 발표하면서 ‘아빠 육아’를 그 한가지로 꼽았다. 육아정책연구소 박진아 박사는 “연구소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참여하고 보고서도 열심히 작성해 제출하는 등 아빠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요즘 아빠들은 직장에서 일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 가치관이 지배적으로 자리잡고 있고, 경제위기로 인해 맞벌이가 기본이 되면서 육아도 함께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남성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부문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은 2만7423명으로 전년에 비해 23% 늘어났으며 이는 3년 전인 2017년의 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24.5%로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꼴이다. 초보 아빠들의 온라인 카페 ‘100인의 아빠단’ 등에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아빠들의 선언과 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의 수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지난달 출간된 <85년생 요즘 아빠>는 ‘일도 가정도 다 잡고 싶은 요즘 아빠’의 고민과 해법을 생생하게 전하며 대형 서점의 육아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직장일도 집안일도, 남편 역할도 아빠 역할도 다 잘해내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던 저자 최현욱씨는, 그러나 ‘아빠는 슈퍼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진짜 해결책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적은 것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육아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다음 3가지 방향을 통해 ‘워라밸’을 찾을 수 있었다.

소울하우스 제공

첫째는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는 아내를 행복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셋째는 육아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내의 행복을 위해 아이 중심이던 시선을 아내에게 옮기고 아내의 말과 마음에 집중했다. 주기적으로 아내에게 육아와 분리된 자기만의 시간을 제공하고 그 시간을 1박2일까지 점점 늘려갔더니 아내가 점점 더 웃으면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었고 그것이 남편과 아이에게도 전해져 모두가 더 웃는 가족이 되었다.

또 저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명상과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제위기와 부동산 폭등 등으로 커져만 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직장에서 연차가 올라감에 따라 커져가는 부담감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좋은 아빠가 되는 길이었다.

마지막으로 육아책과 육아 다큐멘터리 등을 섭렵하며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 한결 여유 있고 효능적으로 육아에 대처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이를 키우는 데만 부모의 시간과 자원을 ‘올인’하는 게 아니라, 육아를 통해 자신도 성장하고 배우자도 성장시킨다는 육아철학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 소울하우스 쪽은 “보통 육아서는 엄마들이 대부분 사 보는데, 이 책 구매자의 남녀 비율은 52 대 48로 남녀가 절반씩이다”라며 “좋은 아빠가 되려는 아빠, 공부하는 아빠가 늘면서 ‘아빠 육아서’를 많이 찾는 거 같다”고 밝혔다.

호락호락 웹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7월 발행을 시작한 온라인 육아 매거진 <호락호락>(brunch.co.kr/magazine/horakhorak)은 ‘밀레니얼 세대 부모를 위한 뉴스레터’로 현재 구독자가 1000명에 이르는 등 순항 중이다. 만 2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86년생 아빠’ 이민재 편집장은 “만만하여 다루기 쉬운 모양을 ‘호락호락’이라고 하는데 호라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아이는 좀 호락호락하게 살았으면 해서 매거진 이름을 이렇게 지었다”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독자들이 반응하는 거 같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밀레니얼 부모의 특징은 뭘까? “이전 세대까지는 부모가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커리어를 포기하고 희생하는 게 당연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엄마 아빠가 함께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걸 자녀에게 보여줌으로써 가르치는 세대인 거 같다”며 “그러다 보니 부모가 자기계발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발달된 기술문명 혜택을 받으며 성장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기에게 맞는 정보를 찾고 있는 세대”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래서 <호락호락>은 ‘일과 자녀교육, 둘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부모’를 위해 자녀를 위한 육아와 교육 정보뿐만 아니라 부모를 위한 자기계발과 라이프스타일 정보도 충실히 제공한다. 집콕놀이, 캠핑, 경력단절, 재취업, 아빠육아, 엔(N)잡러, 엄마를 위한 자기계발, 둘째 출산, 자녀 경제교육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큐레이션된 정보를 담아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 이들 주제가 바로 밀레니얼 부모의 즐겨찾기 검색어들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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