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평균 151km' 유격수→투수, 화려한 백조로 비상한다

한용섭 2021. 6. 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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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광주, 민경훈 기자] 경기를 마치고 LG 백승현이 김용의에게 공을 받고 있다. 2021.06.05 / rumi@osen.co.kr

[OSEN=한용섭 기자] 약 1년 만에 다시 1군 경기에 출장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경기가 끝나자, 마운드에서 옅은 미소와 함께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다. 동료는 기념구까지 챙겨줬다. 이제 타석이 아니라 마운드가 그의 자리였다.

기대받던 유격수 유망주에서 투수로 변신한 LG 백승현(26)이 ‘파이어볼러’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앞으로 투수로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백승현은 지난 5일 광주 KIA전에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LG가 8-2로 앞선 9회, 백승현은 첫 타자 최형우를 상대로 초구 150km 직구를 던졌다. 2구째 150km 직구로 1루수 땅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다음 타자 황대인과 김선빈도 150km 직구로 유격수 땅볼, 3루수 땅볼로 경기를 끝냈다.

큰 점수 차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1군 데뷔전이라는 긴장감에 떨지 않고 150km 강속구로 삼자범퇴로 끝냈다. 투구 수 9개 중 슬라이더 1개를 빼고는 모두 직구였다. 최고 153km, 최저 150km, 평균 151km의 빠른 스피드를 보였다.

백승현은 11개월 전 유격수를 포기하고 투수로 포지션을 전향했다. 지난해 7월 21일 수원 KT전에서 9회말 3루수 대수비로 출장한 것이 1군에서 타자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2015년 2차 3라운드(전체 30순위)로 LG에 입단한 백승현은 오지환의 후계자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오지환의 버티고 있는 1군에서 출장 기회를 잡기 어려웠고, 안정된 수비와는 달리 타격에서 발전 속도가 더디었다.

2020년 1월 호주 질롱코리아세 참가한 것이 뜻밖에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다줬다. 경기 도중 투수가 부족해 백승현이 마운드에 올라 던졌는데, 스피드건에 직구 스피드가 154km까지 나온 것이다. 팀내 입지, 타격 등을 고민하던 백승현은 구단에 포지션 변경을 희망했다. 유격수로서 재능을 아까워한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말렸지만, 결국 지난해 7월말 투수 도전을 승락했다.

지난해는 투수가 되기 위한 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마무리캠프,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투수로서 몸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지난 4월 8일 퓨처스리그 SSG 2군과의 경기에 처음으로 실전 경기에 나섰다. 세 타자를 상대해 삼진 2개를 잡으며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당시 직구 최고 스피드는 147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는 141km. 두 달 사이 직구 최고 구속은 6km나 늘어났다. 

이후 2군에서 15경기(16⅓이닝)에 등판해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6.06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높았지만, 5경기에서 실점을 했고 10경기는 무실점이었다.

백승현은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고, 5일 인상적인 투수 데뷔전을 치른 후 6일 2군으로 내려갔다. 1군에 올라올 때 이미 예정된 계획이었다. 지난 3일 투수 정찬헌이 말소되고, 6일 투수 차우찬이 등록될 때까지 사흘간 엔트리 한 자리가 필요했다. 2군 코칭스태프에서 백승현이 던지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로 추천을 했고, 류지현 감독은 백승현을 콜업했다.

3일 경기가 우천 취소됐고, 4일 KIA전은 접전이었다. 5일 큰 점수 차로 벌어지면서 백승현의 1군 데뷔전이 가능했다. 5일 경기도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다면 백승현은 1군에서 던져보지 못한 채 2군으로 내려갈 뻔 했다

백승현이 언제 다시 1군 콜업 기회를 받을지는 모른다. 류지현 감독은 백승현을 2군으로 보내면서 팀 사정을 설명했다. 류 감독은 "잘 알고 있고 내려가서 잘 준비하겠다고 하더라. 첫 경기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 다음에 1군 기회를 받으면 편안하게 자기 기량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10개 구단 중 평균자책점 1위(3.64)인 LG 불펜은 마무리 고우석을 비롯해 필승조 정우영, 김대유, 송은범, 이정용과 좌완 원포인트 진해수, 최성훈 그리고 롱릴리프 이우찬이 있다. 주자 견제, 슬라이드 스텝 등 투수로서 세밀함을 더 익혀야 할 백승현에게 2군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 150km 이상 강속구를 뿌리는, 군 복무를 마친 26세의 젊은 파이어볼러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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