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가진 뇌 면역계, 나쁜 일 하는 이유 알아냈다

한기천 2021. 6. 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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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 골수에서 생기는 '착한' B세포 발견
염증 등 문제는 혈액 유래 B세포가 일으켜..저널 '사이언스' 논문
염증 신호를 받아 항체(갈색)를 형성하는 B세포(녹색) [호주 월터 & 엘리자 홀 의학 연구소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면역계는 뇌에 양면성이 있다. 친구일 수도 있고 적(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상일 때 면역계는 뇌의 감염을 막고 상처 난 조직의 치유를 돕는다. 하지만 비정상일 땐 신경 퇴행의 원인인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킨다.

뇌의 면역세포가 '두 얼굴'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미국 워싱턴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연구팀은 두개(頭蓋·머리뼈)의 골수에서 생성돼 혈액을 거치지 않고 직접 뇌막으로 이동하는 독특한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뇌를 건강하고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건 바로 이 두개 골수 유래 면역세포였다.

이와 달리 혈액을 통해 뇌막으로 들어오는 면역세포 중 일부가 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혈액 유래 면역세포는, 염증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유전적 특징이 존재했다. 또 나이가 들거나 질병·상처가 있을 땐 세포 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조너선 킵니스(Jonathan Kipnis) 워싱턴대학 의대 신경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킵니스 교수는 "신경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비롯해 알츠하이머병, 다발성경화증, 뇌 손상 등 거의 모든 신경 질환에 적용되는 지식엔 분명히 공백이 있었다"라면서 "면역세포가 이런 질환에 관여한다는 것만 알았지 그 유래는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머리뼈 골수에서 생성되는 B세포 두개 골수에서 생성된 뒤 뇌막으로 이동한 B세포(녹색) [미국 워싱턴의대 Simone Brioschi /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킵니스 교수팀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없는 면역세포 생성 원(源)을 처음 확인했다.

그는 먼저 뇌막에 상주하며 뇌를 감시하는 면역세포가 존재한다는 걸 발견하고, 같은 대학의 로버트 록 벨리보 병리학 교수 등과 함께 이 면역세포의 생성 경로를 확인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작용 기제가 서로 다른 선천 면역과 적응 면역을 구분해 연구를 진행했다.

선천 면역 세포(Innate immune cells)는 우선 염증에 관여한다.

그런데 염증은 감염 방어와 상처 치유엔 도움을 주지만 뇌 조직을 손상해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 퇴행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적응 면역 세포(Adaptive immune cells)는 바이러스나 암 종양 등을 콕 집어 공격 표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엉뚱하게 건강한 자기조직을 공격해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일으키는 것도 적응 면역 세포다.

연구팀은 먼저 적응 면역계의 항체 생성을 담당하는 B세포를 추적했다.

성숙 과정에서 B세포는 감염이나 질병 신호를 내보내는 외부 단백질과 정상 단백질을 구분하는 교육을 받는다.

뇌막에 존재하는 B세포는 대부분 두개 골수에서 발생한 뒤 중추신경계에서 이런 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B세포는 죽을 때까지 중추신경계의 경계 영역을 순찰하기 때문에 두개 골수에서 생긴 B세포 입장에선 중추신경계가 최적의 성숙 훈련장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문제는, 혈액을 통해 뇌막에 들어오는 B세포 무리는 중추신경계의 정상 단백질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훈련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B세포 중 일부가 중추신경계의 정상 단백질을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공격 항체를 생성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게다가 뇌막의 혈액 유래 B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하는 경향도 보였다. 고령자일수록 신경 면역 질환의 위험이 큰 이유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인간의 림프구 [미 NCI(국립 암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 재판매 및 DB 금지]

킵니스 교수가 이끈 별도의 그룹은, 선천 면역을 담당하는 뇌막 골수세포가 두개와 척추 골수에서 생성된 뒤 뼈를 관통하는 채널을 통해 직접 뇌척수막에 진입한다는 걸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다발성 경화증과 뇌척수 손상이 생기면 뇌척수막에 상주하던 골수 세포가 뇌와 척추로 떼지어 이동하는 걸 생쥐 실험에서 관찰했다.

그중에는 혈액으로부터 진입하는 골수 세포도 일부 있었는데 염증성이 더 강한 이들 세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뇌 조직을 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킵니스 교수는 "염증 관련 신경 질환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다"라면서 "두개의 면역세포는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해 이들 세포의 행동을 수정하는 치료법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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