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주도 공급대책 차질 빚을라..뒤로 밀린 조직개편안

유준호 2021. 6.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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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논의후 8월께 결론
정부, 지주사 설립안에 무게
임대주택 떠안는 주거복지 부문
'적자 해결' 방안 마련이 관건

◆ 반쪽짜리 LH 혁신안 ◆

정부는 무려 3개월을 끈 혁신안을 발표하면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민간 주택공급 활성화를 바라고 있는데도 유독 '공공 주도'만을 고집하고 있는 현 정부의 딜레마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공급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LH 주도' 정책을 고집해왔으므로 LH에 칼을 댔다가는 스스로를 부인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정부가 시간만 끌다가 늘 그랬듯 LH 개혁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 수만 1만명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공기업인 데다 자칫 설익은 개편안을 강행했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2·4 부동산 공급대책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3가지 방향의 LH 조직개편 방안을 공개하고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오는 8월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7일 정부가 밝힌 세 가지 안은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로 분리하는 1안과 주거복지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 분리하는 2안,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개발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다.

LH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3안에 무게를 뒀다. 주거복지 기능을 떼어내 지주회사 형태 주거복지공단으로 만들고 토지·주택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정부는 토지와 주택부문 기능이 통합돼 움직여야 안정적인 2·4 공급대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개발 업무를 맡는 자회사 개발이익을 배당으로 회수해 모회사가 수행하는 주거복지 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해체에 가까운 쇄신안을 만들어오라고 주문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혁신안의 가장 핵심은 사전 정보 공유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달려 있는데 지주회사와 산하 자회사를 분리하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조직을 기능별로 완전 분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안인 1안은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부문 포함)을 분리하는 안이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하기 이전으로 조직을 되돌리는 안이다. 개발사업을 한 기관이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토지 확보와 주택 건설이 밀접하게 연계돼 추진되는 2·4 공급대책 등에 차질이 우려된다. 국토부는 업무기능 중복과 경쟁적 난개발 등 2009년 통합하기 이전의 문제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안은 주거복지와 토지·주택을 분리하는 것이다. 토지와 주택부문 기능 통합으로 안정적인 2·4 공급대책 수행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주거복지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정부의 공공임대 등 저소득층 주거 지원을 골자로 한 주거복지 사업은 주로 LH를 통해서 추진되고 있고 이 막대한 비용을 LH가 토지·주택사업을 통해 충당하는 '교차 보전'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LH는 주거복지 사업에서 매년 1조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다. LH는 택지 판매와 주택 분양 등을 통해 3조원을 벌어 주거복지부문 적자를 메운다.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재투자하거나 정부 배당을 한다. 주거복지부문과 토지·주택부문을 완전 분리하면 교차 보전이 매우 어렵게 되고 주거복지부문은 적자만 떠안는 '배드뱅크'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논의한 LH 조직개편안은 조직에 대한 세밀한 이해 없이 조직도만 놓고 칼을 대는 수준에 가깝다"며 "LH 같은 매머드급 공기업의 조직개편은 공무원 몇 명이 논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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