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수준이라더니"..LH 혁신안, 조직개편은 왜 빠졌나?

전형민 기자,노해철 기자 2021. 6.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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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쟁점화·효율성·노하우 실전 등 '고민'
"혁신안, 정치놀음에 누더기..앙꼬없는 찐빵"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모습.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노해철 기자 = 정부가 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인원을 20%(2000명)가량 감축하고 취업제한 임직원의 수를 기존 7명에서 500여명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LH로서는 타격이 크다. 하지만 핵심으로 꼽혔던 조직개편이 빠지면서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조직 재설계 방안에 대해 토지와 주택 주거복지 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의 대안들을 중점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공청회 등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최대한 조속히 결론을 도출하겠다"며 "최종안을 확정하고 법률안을 마련해 정기국회(9월)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후 논의하겠다고 제시한 대안은 Δ토지와 주택·주거복지로 분리(병렬) Δ주거복지와 토지·주택으로 분리(병렬) Δ주거복지와 토지·주택으로 분리(모자 회사 분리·수직) 등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방안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에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안을 마련했지만, 끝내 확정을 짓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정치 쟁점화와 업무 효율성 문제, LH의 노하우 사장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일 큰 문제는 LH 사태의 '정치 쟁점화'다. 지난 3월 시민단체의 폭로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치권이 LH 혁신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의사결정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애초 5월 중 혁신안을 발표한다고 공언했으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예정보다 1주 이상 늦어진 이날에서야 '반쪽짜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두 번의 당정 협의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모자 회사 분할 방안'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완강히 반대했다.

반대 이유도 다양하다. 일부는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제할 수 있느냐'는 비관적인 시선을 보냈고, 일부는 '대선을 앞둔 만큼 LH 조직개편은 내년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놀음에 이것저것 맞춰주다가 누더기가 됐다"면서 "여당도 결론을 내기도, 안내기도 애매한 상황이 돼버려서 결국 질질 끌다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무효율성과 전문성도 문제다. LH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통합 당시 효율성을 전면에 내걸었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식들로 조직을 개편할 경우 불필요한 절차와 교집합의 발생이 예상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방안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LH의 신도시 조사기능을 국토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또한 LH의 인력도 20% 이상 감축한다. 2021.6.7/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주거복지를 책임진 LH의 교차보전 방식도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LH는 토지조성과 분양 등을 통해 거둬들인 이익을 주거복지로 생긴 막대한 적자를 메꾸는 사용하는 재정 구조를 유지해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칸막이식 조직 개편은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가 1기 신도시 조성 이후 수십 년간 쌓아온 도시 개발계획부터 사후 관리에 이르는 원스톱 노하우를 사장하지 않을 방법도 찾아야 한다. LH는 최근 주로 동남아 개발도상국들로부터 개발 노하우를 인정받아 도시개발 노하우의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LH 자체적인 수익 창출은 물론이고, 현지 진출을 원하는 건설 기업의 연착륙을 도와왔지만, LH가 공중분해 될 경우 해외시장에서 큰 자산을 잃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부동산 민심을 좀 반전시켜보겠다고 덜컥 정치 이슈화하더니 '몸집이나 줄이면 되겠지'라는 알량한 생각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한다며 LH 몸집을 6000명대에서 1만명대로 불려와 놓고, 이제 와서 여론몰이나 하겠다고 인원이나 줄이면 무슨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꼬집었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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