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옥' 인도에선 왜..현대 의학 불신이 창궐하나

이효상 기자 2021. 6.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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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만나기 어려운 시민들
비과학적 치료법 기울게 돼
정치인·종교지도자도 부추겨
대응 실패 정부도 관심 돌리기

[경향신문]

인도의 의사들은 코로나19와의 전투가 한창이던 지난달 또 다른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등 현대 의학 불신과의 싸움이다. 의사를 만날 수도 의약품을 구할 수도 없던 시민들은 전통의학에 귀를 기울였고, 정치인과 종교지도자들은 이를 부추겼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 같은 행동이 “폭주하는 전염병을 억제하지 못한 정부의 비참한 실패로부터 (시민들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과학과 전통의 대결에 불을 지핀 것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측근이자, 요가와 아유르베다 의학의 권위자인 바바 람데브였다. 그는 지난달 11일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 “멍청한 과학”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학협회는 “무절제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르시 바르단 인도 보건부 장관도 람데브에게 발언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바르단 장관 역시 사이비과학 옹호론자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람데브가 다수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며 아유르베다식 치료제 ‘코로닐’ 출시행사를 열었을 때 바르단 장관도 참석했다.

집권 인도인민당(BJP) 소속인 수렌드라 싱 우타르프라데시주 의원은 지난달 27일 “중환자실에서 죽은 환자를 살아 있는 것으로 보고 돈을 청구하는 의사들은 악마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며 의학 논쟁에 동참했다. 그는 지난달 초에는 ‘소의 소변을 마시는 것이 코로나19로부터 나를 보호해줬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치인과 장관들이 앞다퉈 “매일 소의 소변을 한 잔씩 마신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소 쉼터가 소의 분변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다.

포린폴리시는 “BJP 지도자들은 의심스러운 치료법을 제공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극심한 고통과 불확실성의 시기에 정치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비과학적 치료법의 확산에는 정치적 기회주의뿐 아니라 현대 의학에 대한 시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도 영향을 미쳤다. 1938년 인도 의회에서 천연두 예방접종 의무화가 다뤄졌지만 “반독립운동에 해당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1960년대 말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예방접종을 하려는 당국과 전통의술을 믿는 주민 간의 마찰이 반복됐다.

종교 역시 현대 의학 불신에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2014년 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운 모디 총리의 취임 이후 과학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이 확산되고 있다. 모디 총리는 2019년 과학자들과의 모임에서 기원전 인도에서 성형수술이 개발됐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과학자들은 고대 인도에서 비행기와 체외 수정의 원형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인도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다. 인도 매체 퍼스트포스트는 “과학과 과학적 방법에 대한 대중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두려움과 절박함이 수백만 인도인들의 행동을 이끌었다”며 “소의 오줌은 어떤 질병도 치료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인도의 의사나 병원 침대보다는 훨씬 접근이 용이하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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