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극우정당, '텃밭' 구동독 선거에서 패배..왜?
[경향신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6일(현지시간) 구동독의 작센안할트주에서 치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출구조사가 나왔다. 기민당은 이 지역에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긴다는 전망을 깨고 1위를 지켰다. 구동독 지역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는 AfD의 확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도이체빌레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집권 기독민주당이 37%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는 21%를 얻는 데 그쳤다. 그 뒤로는 좌파당 11%, 사회민주당 8%, 녹색당 6% 순이었다. 이번 선거는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지방선거라 더 주목받았다.
기민당이 승리를 확정하면 라이너 하젤로프 현 주지사는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간다. 하젤로프 주지사는 “기민당의 승리는 극우와 명확한 구분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기민당은 AfD를 뺀 나머지 정당들과 연정을 꾸릴 것으로 보인다. AfD는 선거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실전에서 고배를 마시게 됐다.
2013년 창당한 AfD는 전국적으로는 평균 지지율이 10~12%이지만, 구동독 지역에서 20%대 지지율을 유지해왔다. 옛 동독 지역인 작센안할트주는 갈탄 광산산업이 쇠퇴하면서 경기침체를 겪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전국 16개 주 중 가장 낮다.
AfD는 구동독 출신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파고들었다. 도이체빌레는 “2등 시민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건 사회주의계 좌파당이었지만, 그 단어를 잘 활용한 쪽은 AfD였다”고 전했다. 30대~60대 남성을 주요 지지층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가 2015년 시리아 난민을 받겠다고 발표했을 때, AfD는 이에 반대하며 주목받았다. 반유대주의, 반무슬림주의, 극단주의자들이 AfD 의원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난민과 외국인에 대한 ‘증오정치’를 통해 세를 확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난민을 받지 않으면서 AfD의 존재감도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코로나19 이후 AfD는 연방정부의 봉쇄 정책을 비판하는 쪽으로 전략을 틀었다. 선거 핵심 구호로 “코로나 광기 대신 자유를”이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마스크를 쓰고 눈물을 흘리는 여성의 포스터도 홍보했다.
그러나 AfD의 ‘코로나19 전략’은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도이체빌레는 “최근 몇주간 독일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캠페인이 추진력을 얻고, 국가 대부분이 몇 달간의 폐쇄 후에 경제를 재개방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극우 정당에 대한 피로도 AfD의 패배요인으로 꼽힌다. 도이체빌레는 “기민당의 성공은 AfD를 차단하려는 유권자들 때문이었다”면서 “많은 사람이 우익 극단주의 지도자들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민당을 찍었다”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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