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명 장례 치른 '코로나 전사', 정작 그의 마지막 돕는 이 없었다

장근욱 기자 2021. 6.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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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코로나로 숨진 1300명이 넘는 시민의 장례를 치러줘 ‘코로나 전사'(Corona Warrior)로 칭송받던 60대 퇴직 공무원이 정작 본인이 코로나에 걸리자 제대로 병상조차 구하지 못해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

코로나로 숨진 시민 1300여 명의 장례를 치러줘 '코로나 전사'로 칭송받다가 지난달 26일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찬단 님제(67). /더타임즈오브인디아

지난 4일 인도 언론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나그푸르시에 사는 퇴직 공무원 찬단 님제(67)가 지난달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같은 달 26일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중앙정부 퇴직 공무원인 님제는 지난해 3월부터 코로나에 감염된 시민들을 돕는 시민단체에서 일해왔다. 그는 코로나 사망자의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러주는 자원 봉사자로 활동했다. 1년 반동안 그의 도움을 받은 고인 숫자는 1300명을 넘는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님제에 대해 “가까운 가족을 포함해 아무도 시신을 거두려 하지 않을 때 목숨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공로에 대해 나그푸르 시장은 지난달 님제를 ‘코로나 전사’로 표창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마지막 주부터 님제는 미열이 나는 등 건강이 악화하는 조짐이 보였다. 지난달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병원 침상뿐만 아니라 치료제를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님제와 함께 자원봉사를 했던 아르빈드 라타우디는 “우리는 재정적인 도움을 포함해서 병상과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정계의 여러 사람과 접촉했지만 누구도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며 “1300명 넘는 시민이 존엄을 지키며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한 그는 정작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님제의 투병 사연이 알려지면서 나그푸르 시정부 관계자는 님제의 아들에게 연락해 약품을 제공하겠다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님제의 장례식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그가 숨진 지 8일 뒤에야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던 약을 구했는지 물어본 공무원도 있었다.

라타우디는 “님제를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 주지사, 지방 행정관 등을 봄베이 고등법원에 고소할 것”이라면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도움을 요청해도 끄덕 않는 당국의 태도를 보면, 일반 시민이 곤경에 처했을 때 어떨지 상상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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