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친족분리 '꼼수' 막고, 유연한 임원독립제 활성화"

김상윤 2021. 6.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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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친족·임원 독립경영제 제도 개선 나서
재계 "꼼수 아닌데도 공정위 지나친 잣대 들이대"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앞으로 친족분리 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사례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까다로운 규제로 능력있는 임원을 회사로 영입하기 어려웠던 임원독립경영제도는 보다 유연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오는 7월 14일까지 입법예고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친족 독립경영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친족분리제는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의 6촌 이내 친족이나 4촌 이내 인척이 운영하는 계열사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에서 분리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현대차(005380)는 최근 정의선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장인 회사인 삼표그룹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될 뻔했지만, 친족분리제도를 통해 계열사에 편입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과 삼표그룹은 거래상 무관한 회사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별도 회사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현행 시행령은 친족 측 계열사가 대기업집단에서 분리되면 이후 3년간 거래현황을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친족 분리된 이후 기존 회사와 부당하게 내부거래를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만약 부당한 내부거래가 적발될 경우 공정위는 직권으로 친족분리를 취소시킨다.

하지만 친족분리 이후 해당 친족이 새로 설립한 회사에 대해서는 감시할 방법이 없다. 아울러 친족분리된 회사가 청산될 경우에는 더욱 더 감시할 방법이 없는 문제도 있다. 청산 이후 친족이 새로 회사를 설립해 기존 회사와 내부거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분리친족이 새로 설립한 회사도 분리 후 3년간 사후점검 대상에 포함해 기업집단 측과의 거래내역을 제출하도록 했다.

친족의 독립경영 결정이 취소되거나 분리친족이 지배하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친족 지위를 복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만약 친족분리 된 회사 청산된다면, 해당 친족은 기존 동일인의 친인척으로 다시 편입돼 주식투자 내역 등을 똑같이 공시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같은 제도 개선에 나선 배경으로 LG SK LS 사례를 제시했다. LG의 경우 2020년 구광모 회장의 매제인 윤관 씨가 설립한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친족분리제도를 활용해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윤관 씨는 구 회장의 인척 2촌에 해당하는 만큼 이 회사는 원래대로라면 LG의 계열사로 분류된다.

윤관 씨가 구광모 회장의 친족에서 분리되면서 배우자인 구연경 씨도 총수일가 지분 규제에서 빠졌다. 지주회사인 LG에서 구연경씨가 보유한 지분은 2.92%이다.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LG 지분은 29.1%(2020년 기준)로, 구연경씨 지분까지 보유하면 32.02%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장사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30%를 넘어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한다. 다만 공정위가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소급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윤관 씨와 구연경 씨를 다시 총수일가로 편입시키긴 어렵다.

SK와 LS는 LG와 사례가 같지는 않지만, 공정위는 친족분리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사례로 언급했다.

SK사례는 2018년 11월 최태원 회장이 (주)SK의 지분 4.68%를 친족에게 증여하면서 SK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당시 SK의 총수일가 지분율은 30.62%였는데, 증여를 통해 지분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당시 최 회장은 20년간 본인을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지분 증여라고 설명했다. 이들 친족은 이미 친족분리가 돼 있기 때문에 총수일가 지분으로 편입되지 않았고, (주)SK는 공정위 감시망에서 사라졌다. 물론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해서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이상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주)SK는 다시 규제 대상에 편입된다.

LS 역시 계열사인 예스코홀딩스의 총수일가 지분은 36.94%였는데 친족분리된 친인척이 지분을 2007년 지분을 매입하면서 예스코홀딩스의 총수일가 지분은 27.14%로 떨어졌다. 이 회사 역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그룹과 달리 LG의 경우 이스트애로우파트너스가 설립이후 해산까지 1년간 매출이 없고,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면서 “설립당시 직원도 2~3명 근무하는 등 사익편취 규제대상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친족분리를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말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되기 때문에 꼼수 우려는 사라지긴 했지만, 친족분리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사후 감시를 강화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친족분리 제도를 활용했을 뿐인데, 공정위가 지나치게 ‘꼼수’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제도 개선에 나선다고 불만을 토로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을 입증하지도 않았는데 공정위가 꼼수라고 간주하고 제도 개선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당시만 해도 공정위가 총수일가 사익편취제도를 강화하려고 법개정에 나서려고 했는데 친족분리를 통해 규제를 회피하려고 했다는 생각은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친족·독립경영제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만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공정위는 대기업 임원이 별도로 지배하는 회사를 그 대기업집단에서 제외하는 임원 독립경영 관련 규정은 완화했다.

현행 시행령은 임원 측 계열사와 동일인 측 계열사 간 출자관계가 없는 경우에만 임원 독립경영을 인정한다.

하지만 임원이 동일인 측 계열사 주식을 소량 보유한 경우에도 독립경영을 인정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개정안은 비상임이사에 한해 동일인 측 계열사에 대한 출자를 3% 미만(비상장사는 15% 미만)까지 허용키로 했다. 비상임이사가 해당 회사에 대한 지분을 보유할 경우 비상임이사가 보유한 다른 회사들이 대거 해당회사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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