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본입찰, 신세계 vs 롯데..승자의 저주 우려도

윤정훈 2021. 6. 7. 16: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일 본입찰에 신세계·네이버 연합 vs 롯데 2파전
신세계 연합, 온라인·물류 시너지로 단숨에 이커머스 1위 도약
롯데, 현금보유 4조원으로 오프라인 점포와 시너지 기대
인수 이후 본게임..단순 합산 점유율 의미없다 지적도

[이데일리 윤정훈·유현욱 기자]이커머스 시장의 향후 판도를 바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본입찰을 마감했다. 신세계·네이버 연합과 롯데의 2파전이 유력해 보인다. 전통의 유통 라이벌인 양 사는 이번 인수가 향후 이커머스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인 만큼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오후 마감한 본입찰에는 롯데쇼핑(023530), 신세계(004170) 등이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 SK텔레콤은 고심 끝에 이번 입찰에 불참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양 사는 3조원 안팎의 인수가를 냈을 것으로 본다”며 “대형마트를 보유한 롯데와 신세계는 오픈마켓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반드시 내겠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베이)
롯데 ‘현금보유력 탁월’ vs 신세계·네이버 연합 ‘단숨에 이커머스 1위’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어느 업체가 인수하더라도 이커머스 업계의 미칠 반향은 크다. 이베이코리아의 작년 점유율은 12.0%로 네이버(17.0%), 쿠팡(13.0%)에 이어 3위다. 인수 업체는 20년간 오픈마켓을 운영해온 이베이코리아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이와 함께 1500만명의 고객(스마일페이 회원)과 30만명의 판매자, 2억개의 상품군을 확보할 수 있다.

신세계는 강희석 이마트(139480) 대표를 중심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와 지분 2500억원을 교환하는 혈맹을 맺은 만큼 이번 인수에도 네이버가 2대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강 대표는 지난 3월 이마트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것이 도움이 될 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이베이까지 거머쥐게 된다면 규모 면에서 쿠팡을 압도할 수 있다. 네이버 쇼핑, SSG닷컴에 G마켓, 옥션까지 가세한다면 거래액(GMV)만 40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연합으로 도약할 수 있다.

쿠팡은 작년 24조원의 GMV를 기록했다. 최근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면 올해 GMV는 30조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한다면 이커머스 판도는 신세계 연합군과 쿠팡의 양자 대결 구도로 좁혀질 수 있다.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큰 효과는 온라인 데이터다. 2000만명의 신세계그룹, 5000만명의 네이버, 1500만명의 이베이를 합치면 대한민국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성인 대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와 손을 잡은 CJ대한통운, 이마트 등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는 IT기술에 비해 자체 물류센터 등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신세계는 최근 W컨셉 등을 인수하면서 2650억원을 사용했고 향후 스타벅스코리아 잔여지분(50%), 요기요 등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만큼 공격적인 인수가액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롯데쇼핑도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사활을 걸었다. 롯데쇼핑은 작년부터 오프라인 매장 효율화(작년 120개 점포 정리)와 더불어 온라인 사업으로 사업의 축을 전환하고 있다. 1년 내에 동원할 수 있는 단기 자금도 약 4조 2000억원으로 풍부하다. 지난달에는 롯데ON(롯데온) 대표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며 이커머스 사업 살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롯데쇼핑이 이베이를 인수한다면 오픈마켓에 정통한 나 대표가 롯데온에 오픈마켓 플랫폼을 적용하는 결합 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기존 롯데백화점·롯데마트의 식품 경쟁력을 온라인과 연결한다면 신선식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전망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지난 3월 주총에서 “혁신 흐름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대응하겠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주면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후 롯데쇼핑은 중고나라에 300억원 규모의 콜옵션을 투자한 것 외에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았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유통학회장)는 “월마트가 제트닷컴 인수 후에 잘된 것처럼 유통 업체가 인수하면 얻는 기회적 측면이 더 크다”며 “인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관점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독이 든 성배? 옥동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가 ‘승자의 저주’ 우려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베이코리아는 한 때 이커머스 업계에서 선도적 지위를 누렸지만, 성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쿠팡이나 네이버에 비해 사용 연령층이 높고, 자체 풀필먼트 센터 운영 등도 전무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선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주가는 정체돼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경우 단기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 모멘텀(추동력)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 단위 인수대금이 투자되는 데 따라 단기적으로 재무적 부담을 우려하는 것이다.

수 조원대의 인수비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인수로 인한 효과를 인수대금을 온전히 기존 자사 이커머스 플랫폼을 키우는 마케팅비로 쓸때의 효과와 비교해봐야 한다”며 “각사가 이베이 인수에 나선것이, 인수로 얻는 이익보다 서로 경쟁사에 내줄 순 없다는 견제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에 단순 합산 점유율을 확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각 사가 구축해놓은 생태계에 이베이코리아가 얼마나 잘 녹아들지도 미지수다. G마켓, 옥션, G9 등 이베이코리아의 여러 플랫폼이 쓱닷컴, 롯데온 등 각사 이커머스는 물론 회원제도, 결제시스템과 연동시켜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추가 자금 투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처럼 별도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운영비 중복으로 인해 기대한 만큼 인수 효과를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대규모 점포나 물류센터 등 유형자산이 많은 것도 아니고 결국 엔지니어의 개발능력, 십여 년간의 노하우 등 무형자산이 전부인 기업”이라며 “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체의 구애로 핵심인력을 뺏긴다면 ‘쭉정이’만 인수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