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간암환자 4번 수술로 17년째 생존'..부산 온 종합병원

허상천 2021. 6. 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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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민 센터장 "지난해 10월 수술한 환자 6개월만에 암세포 사라진 것 확인"
"의사 생활 35년 동안 처음보는 희귀사례, 조만간 임상사례 학회 보고 예정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온 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지난해 9월 간 미상 엽에 암이 재발한 60세 남성 A씨에 대해 작년 10월에 간 미상엽 절제술과 에탄올 주사 주입술을 시행한 뒤 서른 차례 방사선 치료 끝에 최근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2021.06.07. (사진 = 온종합병원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17년전 40대 중반에 간암 4기 시한부 생애 진단을 받고 수술치료를 받은 남성환자 A씨가 그동안 세차례 재발병으로 수술끝에 암세포를 완치한 것으로 알려져 간담췌 관련 암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온 종합병원 통합소화기센터 박광민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간 미상 엽 부위에 암이 재발한 60대 환자 A씨에 대해 네번째 간암 수술로 환부 절제술과 에탄올 주사 주입술을 시행했다"며 "A씨는 같은해 11월 퇴원한 뒤 30회 가량 방사선 통원치료를 받고 6개월만인 지난달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박 센터장은 “2005년 서울 아산병원에 근무하고 있을때 처음 만난 A씨가 간암 4기 판정이 내려져 수술을 받은 뒤 2009년엔 복강 내 임파선에 간암이 재발해 수술했고 내가 아산병원을 떠난 이후에도 간암이 두번이나 재발, 다른 병원에서 한차례 수술을 받은데 이어 이번에 온 종합병원에서 네번째 수술을 이겨내고 17년째 거뜬히 생존하고 있다”면서 “의사 생활 35년 동안 4기 간암 환자가 4차례 재발과 수술 치료를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은 처음 보는 희귀 사례”라고 강조했다.

온 종합병원 등에 따르면 B형 간염 환자였던 A씨는 40대 중반인 2005년 4월 간암으로 첫 진단을 받았으나 암세포가 이미 임파선까지 전이돼 4기 상태였다. 당시 수술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암세포가 퍼져 주위 사람들은 그가 오래 살기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러나 A씨와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간 절제술과 임파선 곽청술로 간암을 치료했다. 2년 뒤 2007년에는 복강 내 임파선에 간암이 재발해 서른 차례에 걸친 방사선 치료로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다시 2009년에 잔여 암세포가 또 발견돼 2차 간 절제술을 받아야 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더이상 재발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생활하던 A씨의 세 번째 위기는 2018년 간 제4분절에서 간 세포암이 재발돼 서울의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9월 간 미상 엽에 또다시 간암이 확인된 것이다. 다른 병원의 의료진들은 A씨의 병력을 파악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환자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도 더 이상 수술하기를 꺼려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수소문 끝에 처음과 두번째 수술을 해 준 박 센터장(전 서울아산병원 간담췌외과 교수)을 찾았다.

“나를 믿고 찾아 온 A씨를 포기할 수 없어서 수술하기로 결심했다”는 박 센터장은 간 절제술과 에탄올 주사 주입술 등을 시행한 뒤 서른 차례에 걸친 방사선 치료 끝에 A씨에게 또 한번 재활의 기쁨을 안겨준 것이다.

A씨는 “40대 중반에 간암 4기로 진단받았을 땐 ‘막바지 삶’이라는 생각으로 포기하려 했으나 ‘포기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응원과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주치의를 신뢰하면서 용기를 내 투병생활을 한 결과, 네 번씩이나 재발·수술해도 17년째 기적처럼 살아났다”며 의료진과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암환자들에게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그는 “다시 한번 더 삶의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앞으로 평생 주변 사람들과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 12월 발표된 국가 암 등록 통계시스템 상 2018년 신규 간암 환자는 1만5736명으로 전체 암 중 6번째 순위였지만, 남녀 평균 5년 생존율은 37%로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A씨처럼 말기인 4기 간암의 5년 생존율은 더더욱 낮다. 간암은 늦게 발견되고 그에 따라 사망률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 간염 바이러스(72%), C형 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약 100배,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는 10배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염에 걸린 기간이 오래될수록 간암 발생 위험 역시 증가하므로 간염 환자들은 평소 건강 체크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 간암 환자 중 80%에서 간경변증이 선행하고, 간경변증을 앓는 사람은 간암 발생률이 1000배 이상 증가한다는 임상보고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간경변 여부를 점검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런 상황에서 A씨의 ‘17년 생존’은 가족들의 헌신과 환자의 의지로 건강을 되찾은 기적 같은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간암보다 5년 생존율이 낮은 암은 폐암 32.4%, 췌장암 12.6%, 담낭·담도암 28.8% 등이다.

박 센터장은 ‘A씨의 17년 생존’에 대해 “환자는 의사를 신뢰하고, 의사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으면 A씨 같은 기적은 언제나 이뤄질 수 있다”며 “예후가 나빠 쉽게 치료를 단념하려는 간담췌암 환자들이나 외과 의사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조만간 A 씨의 임상사례를 학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ra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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