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촌평] 한국 우주산업은 '아르테미스' 참여 준비됐나

김민수 기자 2021. 6. 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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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추진하기 위한 국제협력 원칙인 ‘아르테미스 협정’에 공식 서명하면서 어느 때보다 우주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주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미국은 물론 다수의 국가들과 함께 협력하고 우주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독자 우주로켓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로 결실을 맺을 예정이다.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된 차세대 중형위성 1호는 지난 3월 22일 성공적으로 발사돼 최근 관측 영상을 보내오는 등 위성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차세대 중형위성 개발 사업은 민간기업에 위성 관련 기술을 이전해 특정 목적에 맞는 위성을 민간 기업이 양산하는 시대를 열어젖힐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기업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자산 규모에 따른 재계 서열 7위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부문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월 인공위성 전문기업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인수했다. 정부와 항우연 주도의 누리호 개발과는 별도로 소형발사체 ‘블루웨일1’을 개발중인 페리지항공우주도 지난 2019년 삼성벤처투자와 LB투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대기업과 투자자의 움직임도 공격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 속에서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를 우주산업 육성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만간 독자 우주 발사체 기술과 경쟁력 있는 위성 기술을 확보한 위상에 걸맞는 위치에서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국들과 다양한 우주기술 분야 협력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국이 우주개발 강국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평화적 목적의 탐사, 탐사시스템 간 상호 운영성, 비상상황시 지원, 우주탐사시 확보한 과학 데이터의 공개 등 미국 중심의 유인 우주탐사에 협력하는 국가들의 통상적인 협력 원칙을 다룰 뿐 구체적인 역할과 참여 형태를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달 착륙지 선정에 필요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관측 탑재체 ‘섀도우캠’을 내년 발사하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에 실어보내는 것 외에 확정된 역할은 없는 상황이다. 우주탐사 분야 한 전문가는 “우리가 국제 유인 달 탐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협력국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주어진다 해도 한국의 우주탐사와 우주개발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보는 치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우주탐사 기술 역량을 결집할 만한 정책 과제와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추진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유인 달 탐사를 넘어선 태양계 심우주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아르테미스’는 최첨단 우주탐사 기술이 총집결된다. 발사체와 우주선은 물론 우주 관측, 대기·토양 탐사, 우주 택배, 유인 우주선 착륙, 유인 표면 탐사 로버,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을 위한 건설 기술, 자원 채굴 기술, 심우주 통신 기술 등 광범위한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같은 첨단 우주탐사 기술과 관련된 국내 우주탐사 및 우주산업 경쟁력은 아직 미약하다. 과기정통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우주산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우주산업은 2018년에 이어 위성활용 서비스와 장비 분야에 편중돼 있다. 총 3조8931억원의 우주산업 규모 중 68.5%에 해당하는 2조6656억원이 위성활용 서비스 및 장비 분야다. 우주탐사나 과학연구 비중은 각각 1.2%, 1.7%에 그친다. 인력규모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우주산업 인력은 총 9397명으로 조사됐는데, 우주탐사 인력은 2.1%, 과학연구 인력은 9.6%에 불과하다. 

이같은 이유로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해도 구체적인 우주기술 개발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대학이나 연구기관, 기업체에 산재해 있는 우주탐사 기술 분야 인력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R&D 방향과 국내 미래 우주탐사의 큰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면 아르테미스 협정은 단순히 참여 선언에만 그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아르테미스 협정 참여는 우주개발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기술 강국에 올라서고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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