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사한다더니..美 군용기 대만 착륙에 中 "정치쇼" 여유

박수현 기자 2021. 6. 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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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C-17 수송기가 6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내렸다. 태미 덕워스, 크리스토퍼 쿤스, 댄 설리번 등 미 상원의원 대표단 3명과 함께 미국이 대만에 제공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실은 전략 수송기였다.

미국이 정부 관계자나 국회의원들의 해외 방문 때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정부 전용기인 C-40 대신 C-17을 보내면서 현지에선 중국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보잉이 개발한 C-17은 최대 77톤의 화물을 싣고 7600여㎞를 비행할 수 있어, 미군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신속히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은 미국이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C-17의 대만 착륙이라는 이례적인 이벤트를 단행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린잉유 대만 중정대 교수는 이날 중앙통신사에 “미국이 비록 이번에는 C-17에 의원들을 태워 보냈지만, 유사시 사용 가능한 수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 민진당 성향의 자유시보는 한술 더 떠 “미 군용기가 대만에 이착륙하면 대만 해협에서의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위협했던 1년 전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사설을 상기시켰다.

2021년 6월 6일 태미 덕워스, 댄 설리번, 크리스토퍼 쿤스 등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이 대만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미국이 대만에 미국산 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1년 전 ‘전쟁 불사론’을 외쳤던 환구시보는 7일 일련의 사건을 평가절하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환구시보는 이날 ‘대만 당국이 미국 상원의원이라는 지푸라기를 잡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2300만 대만 인구를 보면 백신 75만회분은 물 컵으로 장작불을 끄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방역 실패와 백신 부족으로 대만 내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미국이 상원의원 방문이라는 정치쇼로 지원에 나선 것”이라고 비꼬았다.

환구시보는 이어 “대만 당국의 행동은 역사의 큰 렌즈로 보면 ‘최후의 발악’에 불과하다”며 “대륙(중국)의 역량이 만든 수퍼 자기장은 이미 대만 전역에 미치고 있다. 대만 당국은 말썽을 부릴수록 대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륙의 의지를 돋우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집권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중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만 정부, 나아가 대만 정부와 민간 여론을 분리하려는 속셈이란 분석이 나온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의 7일자 사설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C-17 전략 수송기가 대만에 착륙한 것에 대해 본토(중국)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의 ‘살라미 전술’이 진행되는 것을 하루속히 막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한편 대만 내 분리주의 세력이 다시 만연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살라미 전술이란 ‘소시지를 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다’는 말을 외교·군사전략과 연계시켜 만든 말이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상대방의 인식체계를 속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나가는 방식을 뜻한다.

글로벌타임스는 “대만 당국은 소위 반(反)중국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본토 백신을 거부했다. 하지만 그 정책으로는 전염병을 억제할 희망이 사라졌고, 이후 탈출구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은 양안(중국과 대만) 대결을 확대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자신을 밀어붙였다”며 “우리는 심각한 양안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국과 대만은 그들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어하지만 그들의 힘은 더이상 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과 대만의 살라미 전술에 응하지 않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중도 성향의 대만 연합보와 친중 성향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6일 “미국대만협회(AIT)가 사전에 밝힌 비행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C-17 수송기 한 대, C-12 소형 수송기 두 대를 보낼 예정이었고 상원의원들은 또 다른 수송기 C-12J와 C-12U에 각각 탑승할 예정이었다”며 중국은 이를 근거로 전투기를 한 대도 발진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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