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들 죽음 뒤엔 학폭 있었다.. 4년 소송 끝 33억원 배상받아

이철민 선임기자 2021. 6. 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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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한 초등학교에서 1년 넘게 아이들에게 구타와 괴롭힘을 당하던 여덟 살짜리 흑인 아이가 자살한 지 4년 만에, 7일 시 교육위원회가 연방 소송에서 아이 부모에게 300만 달러(약 33억3000만 원)을 배상하기로 했다. 시는 또 이 학교에 희생된 아이의 기념관을 조성하기로 했다.

학폭에 시달리다가, 4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당시 여덟살의 초등학생 가브리엘 테이

2017년 1월24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시의 카슨 초등학교 화장실에서 당시 3학년이던 가브리엘 테이(Taye)는 한 흑인 학생에게 앞으로 당겨져 화장실 구석에 쓰러졌고 의식을 잃었다. 악수를 하려는 줄 알고 가브리엘이 내민 팔을 가해 학생이 앞으로 휙 잡아 당겨 쓰러뜨렸다. 이후 7분간 아이들은 쓰러진 가브리엘 옆을 지나면서도 아무 조치도 안 했고, 더러는 발로 툭툭 차고 손가락질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몰랐고 이틀 뒤 아이를 다시 등교시켰다. 가브리엘은 다시 괴롭힘을 당했고, 결국 집에 돌아와 교복 넥타이로 침대에 목을 매 숨졌다.

가브리엘은 처음엔 성적이 매우 뛰어났다고 한다. 군인이 되고 싶어 했고, 그래서 타이를 매는 교복 입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1,2학년 때 다치거나 이가 빠져서 귀가하는 날이 잦았다. 3학년 들어서는 성적도 떨어졌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생긴 사고”라고 부모에게 얘기했다.

심지어 가브리엘이 죽기 1주일 전 가브리엘의 부모가 학교폭력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기했을 때에도, 학교 측은 “아이들끼리 심하게 놀다가 다친 사고”라고 둘러댔다. 소장에 따르면, 학교 측은 가브리엘의 부모에게 교내 31개나 설치된 CCTV 카메라 영상도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1월24일 가브리엘이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 때에도, 이를 발견한 학교 간호사는 911 응급 전화를 하지 않았고 한 시간 뒤에야 부모에게 “가브리엘이 기절했었다”고 했다. 가브리엘은 한 번도 부모에게 폭행 당한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 아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갈 수 있는지 여기저기 문의한 정황도 드러났다.

가브리엘의 부모는 아들이 자살하고 수개월이 지나서야 ‘화장실 기절’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됐고, 아들이 죽은 배경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소송 과정에선 이 학교에서 그간 학생들이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것을 비롯해 수십 건의 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쉬쉬’한 것이 드러났다. 부모의 변호사인 미셸 영은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이 헛된 것이 되지 않기를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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