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人사이드①] 남문 숯불 바베큐&치킨 장찬빈 대표 "흑돼지·해산물 가득한 제주에서 '치킨왕' 됐어요"

제주행플특별취재팀 김승우 2021. 6. 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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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16시간 일하며 소스개발
'新숯불바비큐' 입소문 나며 대박
100%제주산 닭만 사용하고
제주 전역에 18개 지점으로 성장
"점주 입장서 일하며 함께 성장
'남문'의 고집 전국에 알리고싶어"

넓고도 좁은 제주. 제주인과 관광객을 포함해 주변은 늘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 곁에 누가 있는지, 우리 동네, 우리 이웃 제주인들의 삶을 쫓아 혼디(함께) 사는 제주의 면모를 찾아 간다. 무슨 일을 하든 그들의 푸근한 삶, 치열한 인생에는 모두 제주의 바람결이 묻어난다. 하는 업이 달라도, 어떻게 들어왔더라도 모두 제주사람이고 이웃이다. [편집자주]

제주 음식이라면 해산물, 각종 야채가 대표격이다. 그런데 치킨으로 제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은 젊은 CEO가 있다. 1995년 제주시 ‘남문 로터리’ 1호점으로 시작해 18개 지점으로 성장한 ‘남문 숯불 바베큐&치킨’ 장찬빈 대표(47)가 그 주인공이다. 제주도의 좁은 외식업계에서 10년 넘게 성장해온 비결은 결국 교과서에 나오는 ‘성실과 노력’이었다.

장찬빈 대표가 전통적인 숯불구이 방식으로 닭을 조리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출신 장 대표는 건설 일을 하다 2005년 창업주인 친누나의 제안으로 치킨 사업에 뛰어들었다. 건강이 안 좋아진 누나를 대신해 본점을 맡게 된 그는 사실상 폐업 수순이었던 가게를 살리겠노라 마음먹었다.

“매일 오전 11시에 집집마다 전단을 배포하고 오후 3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7년간 했습니다. 퇴근은 다음날 아침 6시에나 했지요.”

이런 성실성에 더해 성공의 비결은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 치킨을 개발한 것이었다. 단순히 기름에 튀겨내는 치킨이나 오븐에 굽는 치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장 대표는 주메뉴였던 ‘숯불 바베큐’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했다. 각종 소스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수십 통의 재료를 사용해 새로운 소스를 만들었다. 새 소스를 가미한 ‘新 숯불 바베큐’의 고객 반응은 놀라웠다.

양념구이 숯불 바베큐.

“숯불 바비큐가 입소문이 났는지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체인점을 내고 싶다며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다는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프랜차이즈를 시도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본점 장사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쏟아지는 창업문의에 장 대표는 결국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2호점인 신제주점을 시작으로 노형점, 외도점, 한림점… 어느새 그는 제주도 전 지역에 18개 지점을 세운 ‘제주 치킨왕’이 됐다.

남문 숯불&바베큐 치킨 본점.

장 대표는 “점주들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진행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전 지점 점주들과 회식을 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족구 모임이나 분기별 단합대회도 열어 신뢰 관계를 쌓았다. 점주들의 의견은 적극 반영했다. 그 덕분인지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점주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 뚝심으로 일하다 보니 단골도 많이 생겼다. 어림잡아도 손님의 8할은 단골이다. ‘남문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단골들은 ‘남문’만의 고집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들의 기호에 따라 줏대 없이 메뉴나 조리 방식을 바꾸는 다른 가게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장 대표가 닭을 굽는 내내 자리를 지키며 연기를 마셔야 하는 고된 ‘숯불구이’를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닭 역시 발품을 팔더라도 항생제를 먹이지 않은 100% 제주산 닭만 사용한다. “내가 힘들어야 고객이 행복하다”라는 게 그의 신조다.

신메뉴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인 장 대표.

여기에 더해 좀 더 나은 맛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도 고집이라면 고집이다. 장 대표는 매일 점심 이후 주방에서 홀로 신메뉴를 고심한다. 아침 9시 기상해 새벽 3시반 취침하는 와중 빼놓지 않는 일과다. 간장치킨, 순치바(순살치즈바베큐) 등 제법 인기를 얻은 메뉴 모두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특히 피자처럼 치즈가 죽 늘어나는 순치바는 20대의 최고 선호 메뉴다.

장창빈 대표의 최종 목표는 사업을 전국 프랜차이즈로 키우는 것이다. ‘남문’의 고집을 전국으로 퍼뜨리겠다는 의지다. 벌써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창업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장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모든 일을 고객, 점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업을 확장하더라도 ‘제주가 낳은, 제주의 치킨’이라는 수식어는 떼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제주가 나를 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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