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전세난 또?..임대차법 수혜자도 만기 앞두고 '한숨'
1년 전과 비교해 성북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모두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 은평(-74.8%) 중랑(-72.9%) 양천(-71.9%) 서대문구(-65.9%) 성동구(-65.6%) 강서구(-64.2%) 용산구(-63.3%) 구로구(-60.4%) 등은 1년 전보다 매물이 60% 이상 급감했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재건축 단지 분양권을 받기 위해 실거주 의무를 신설하면서 신규 계약이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100대 아파트 전세 갱신율은 지난해 9월 58.2%에서 올해 3월 73.1%로 높아졌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이를 근거로 시장에서 임대차법이 안착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도 적용돼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임대차법은 신규 계약자에겐 무용지물이고, 오히려 전셋값 부담만 가중시켰다. 집주인들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분을 일부 임대료에 반영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을 고려해 미리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이전 계약보다 임대료가 급등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같은 단지에서도 전셋값이 수 억원 차이나는 사례도 속출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98㎡(14층) 전세값은 6억6150만원에 등록됐다. 같은 날 등록된 동일 면적 2층 매물이 12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해 5억3850만원 낮은 금액이다.
2년 전 6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기존 세입자는 임대차법으로 계약을 연장하고 보증금을 5% 올렸지만, 신규 세입자는 시세를 반영한 전셋값이 책정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이 결국엔 모든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의 가격시차가 생겼을 뿐, 전월세 가격 상향 평준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 지표는 0~200 사이로 산출되며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부족 우려가 더 크다는 의미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급등하며 지난해 11월 192.3을 기록해 2015년 10월(193.1) 이후 5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올해 4월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가 6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이주 수요, 학군지 이동에 따른 이사 수요를 고려하면 전세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세난이 재발하면 다시 매매 시세를 자극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이에 여러 전문가들은 시장 불안을 촉발한 임대차법 재검토를 주문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법 '안착'을 전제로 다른 제도 개선책을 강구한다.
일례로 여당은 최근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의무 임대기간을 마친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배제를 자동말소 후 6개월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은 단기 매매가 어렵고 수요자들로부터 선호도가 낮은 소형 다세대, 빌라, 오피스텔 비중이 높아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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