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선 개표 중반..우파 '독재자 딸', 좌파 초등교사에 근소하게 앞서

이윤정 기자 2021. 6. 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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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페루 대선 개표 상황. 위키피디아


좌파 초등교사와 우파 ‘독재자 딸’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페루 대선 개표 중반 우파 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46)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새벽(현지시간) 페루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개표율 68%를 넘긴 현재 민중권력당의 후지모리가 52.47%,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51)는 47.52%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딸인 후지모리 후보가 5%포인트가량 앞서고 있지만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다.

정치학자 제시카 스미스는 AFP에 “차이가 너무 근소해서 마지막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승자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지 일간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선거당국은 “개표센터에서 가까운 도시 지역 투표소 결과부터 집계됐다”고 밝혔다. 후지모리의 지지층은 주로 도시에, 카스티요 지지층은 농촌 지역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아직 최종 결과를 예단하기 힘들다.

앞서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는 초박빙이었다. 투표 종료 후 페루 아메리카TV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선 후지모리와 카스티요의 득표율이 각각 50.3%, 49.7%였다. 그러나 입소스가 표본 개표를 통해 예측한 신속개표 결과에선 카스티요가 50.2%로 후지모리(49.8%)에게 근소하게 앞섰다. 지난 4월 1차 투표에선 카스티요가 18.9%, 후지모리가 13.4%의 득표율로 각각 1,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두 후보는 출신 배경은 물론, 이념적으로도 양극단에 있는 포퓰리스트다. 카스티요는 마르크스주의를 기반으로 세금 인상을 비롯해 주요산업 국유화 등을 담은 헌법 개정을 주장한다. 반대로 후지모리는 자유시장 원리를 옹호하며 기업과 상류층을 대변하고 있다. 두 후보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린 탓에 선거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사회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중권력당 대표인 후지모리는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딸 후지모리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후지모리에 맞서는 카스티요는 페루 북부 카하마르카의 농촌에서 문맹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급진 좌파 성향으로, 대선 초반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차 투표 깜짝 1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닥치면서 빈약한 사회보건복지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자 민심이 ‘자유시장 경제 심판론’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좌우의 양극단에 있는 포퓰리스트여서 선거가 끝난 뒤에도 사회적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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