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0' 내건 증권사에, 은행은 '캐시백'으로 맞불.. 치열해지는 IRP 경쟁

박소정 기자 2021. 6.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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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형 퇴직연금(IRP) 시장을 두고 증권사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이 고객 흡수를 위해 연이어 수수료를 면제하고 나서자, 은행들도 경품 공세에 이어 캐시백 혜택까지 동원하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30일까지 개인형 IRP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1500명 추첨을 통해 일종의 캐시백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비대면을 통한 신규 가입 고객과 여타 금융사에서 계약을 이전하는 고객에게 5000하나머니, 1만하나머니를 제공하는 것이다. 1하나머니는 1원으로, 제휴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에만 IRP 관련 이벤트를 세 번째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하나은행은 ‘퇴직연금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3년간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또는 유가증권 등 자본시장 업무 관련 개발 실적이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 1일 관련 공고를 냈다. IRP 시장의 성장세가 거듭되고 있는 만큼, 관련 서비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연합뉴스

IRP는 근로자들이 노후에 대비해 가입하는 퇴직연금의 한 종류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한 뒤 만 55세부터는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데, 일반 예금과 달리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간 700만원을 납입하면 최대 115만5000원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고, 50세 이상의 경우 한도가 900만원까지 적용돼 148만5000원의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IRP 고객 유치를 위한 움직임은 하나은행을 비롯한 5대 시중은행 모두에서 감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금과 행복이다!’, KB국민은행은 ’2021년 연금꽃길 이벤트', 우리은행은 ‘IRP 바람이 분다’ 등의 이벤트를 통해 상품권과 가전제품 같은 경품 공세를 펼치고 있다. 농협은행은 아직 진행 중인 행사는 없으나, 하반기 IRP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증권사에 기존 IRP 고객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은행 사이에서 짙어지고 있는데 따른 움직임이다. 증권사들은 은행이 지배 중인 개인형 IRP 시장 공략을 위해 ‘수수료 0원’ 마케팅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이 업계 최초로 IRP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한화투자증권·유안타증권 등이 줄줄이 수수료 면제를 내걸고 나섰다.

실제로 IRP 시장에서의 증권사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의 개인형 IRP 적립금은 34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5% 이상 성장한 것이다. 업권 별로 살펴보면 은행권(23조8555억원)은 36%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금융투자업권(7조5484억원)의 증가율인 48.7%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최근 들어 증권사의 개인형 IRP 매력도가 증가한 것은 공격적인 운용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아진 탓이다. 증권사에서 IRP에 가입하면 실시간 매매 형식의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d Traded Fund)를 선택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시 호황으로 ETF 수익률이 치솟은 영향이 컸다. 은행에서는 실시간 ETF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아 사실상 이런 방식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대형 시중은행들은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서 실시간 ETF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사의 반발이 복병이다. ETF가 실시간 시세 변동, 매매 체결, 결제 방식 등 측면에서 주식과 가까운 성질이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의 본질 업무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위원회에 실시간 매매 형식의 ETF 거래 서비스 제공이 문제가 없는지 봐 달라는 취지의 비조치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금융위의 답변이 나온 뒤 본격적인 운용 여부와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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