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바타? 네타냐후 "선거는 사기"..살해 협박받는 야당 의원들
[경향신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새 연립정부 구성으로 실각 위기에 처하자 “선거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불복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지난 1월 6일 미국에서 벌어진 ‘의사당 난입 사태’ 같은 폭력 사태가 이스라엘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사당에서 열린 집권 리쿠르당 모임에서 “이스라엘인들은 역사상 최대의 선거 사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하레츠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그는 특히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이끄는 극우 정당 야미나의 반네타냐후 연정 참여를 ‘배신’으로 규정했다. 야미나가 좌파 정당, 아랍계 정당과 손을 잡은 것은 우파 유권자의 뜻에 반한다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새 정부를 “테러 지지자들이 뒷받침하는 위험한 좌익 정부”로 규정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막고, 우리에게 최대 위협이 될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복귀에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네타냐후 연정에는 극우 성향의 야미나부터 우파 성향의 뉴호프, 좌파 성향의 노동당과 메레츠, 아랍계 정당인 라암 등 총 8개 정당이 참여한다. 이 중 아랍계 정당 라암을 ‘테러 지지자’로 규정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나님은 모세에게 반대한 사람을 어떻게 처리했나”라면서 유대교 경전 토라도 언급했다. 토라에는 모세에게 대적하려는 정적들이 산 채로 땅에 삼켜진다고 적혀 있다. 연정에 참여한 극우 의원들에게는 “아직 반대표를 던지기에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 행보도 그를 닮아가고 있다. 새 연정에 참여하는 중도좌파 정당 메레츠의 타마르 잔드버그 의원은 “네타냐후 총리 발언은 지난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공격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증오 단체와 지지자들이 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잔드버그 의원은 지난주부터 자택 밖에서 시위하는 우익 극단주의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보안당국은 야당 지도자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다.
하레츠는 “의회(크네세트)가 오는 9일이나 14일쯤 연정 찬반 투표를 하면 네타냐후 총리 지지자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은 소셜미디어에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극우 정당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의 집 주소를 공개하고 집 앞 시위를 독려하다가 계정이 정지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의 나다브 아르가만 국장은 전날 전날 이례적인 성명을 통해 “소셜미디어에서 폭력을 부추기는 선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총리직을 넘겨받을 예정인 베네트 대표는 ‘유혈 사태’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날 “며칠 뒤 우리는 정부를 출범시킨다. (새 정부 출범이) 재앙이나 참사가 아니라 평범하고 정상적인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새 정부는 현 정부보다 10도는 더 우익으로 기운 정부”라면서 “이스라엘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의원들과 이익단체들이 이스라엘의 정권 교체가 미국에 어떤 신호를 보낼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놀랍게도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을 끝내라고 요구하는 좌파 정당 메레츠가 새 연정에 들어갔다”면서 “메레츠가 마지막으로 연정에 참여한 것은 1999년 제2차 인티파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이스라엘 평화 수용소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이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네타냐후 정부와 베네트 정부의 차이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 정착촌을 건설하는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하젬 카셈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수십 개의 좌우 이스라엘 정부를 봤지만, 그들 모두 팽창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했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하난 나쉬라위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집행위원은 “네타냐후의 이전 동료들은 인종주의, 극단주의 폭력 및 불법 시스템이라는 네타냐후의 유산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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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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