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매의 난' 대표 바뀐 아워홈 출근길..구본성 부회장 정상 출근

윤희훈 기자 2021. 6. 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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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7시 찾은 서울 마곡 아워홈 본사 앞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아워홈의 지분 38.6%를 보유한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선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된다.

아워홈은 지난 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구 부회장이 보복운전과 폭행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해 미현씨가 구지은 대표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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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서 해임된 구본성 부회장 사내이사직 유지
아워홈 직원 1만명 근무..어수선한 사내 분위기 "혼란스럽다"

7일 오전 7시 찾은 서울 마곡 아워홈 본사 앞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비가 내릴 듯 말 듯한 찌푸린 날씨에 주변 마곡지구 공사 차량이 오가며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한 시간여가 지나자 구본성 부회장이 회사에 출근했다. 사옥 정문 앞에 정차한 검정색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구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홀로 서류 가방을 들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구 부회장은 검정색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구본성(왼쪽에서 두번째) 아워홈 부회장이 7일 오전 8시 10분쯤 서울 마곡지구 아워홈 본사에 출근을 하고 있다. 지난 4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구 부회장은 이날 옅은 회색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에 검정색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했다. 검은색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표정도 가렸다. /윤희훈 기자

경비원이 정문 주출입구를 열어 주자 구 부회장은 빠른 걸음으로 출입 보안 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구 부회장이 사옥에 들어서자 사옥 1층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몇몇 직원들은 입구 쪽에 서서 구 부회장이 보안 게이트를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아워홈의 지분 38.6%를 보유한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선 해임됐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된다. 사내이사 해임에는 3분의 2 이상의 지분 동의가 필요해 직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대표에 오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이날 오전 9시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남매간 경영권 분쟁으로 갑작스런 수뇌부 교체를 맞게 된 아워홈 직원들의 출근길 표정에선 복잡한 심경이 묻어 나왔다. 아워홈엔 약 1만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대부분 답변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혼란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일부 직원 사이에서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긴 하다”면서도 “일반 직원들에게 큰 변화가 있겠느냐”고 했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러 나온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특히 후속 인사로 인한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라는 대화가 오갔다.

서울 마곡지구 아워홈 본사 전경. /윤희훈 기자

아워홈은 지난 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가결했다. 구 부회장의 여동생들인 미현(지분율 19.28%)·명진(19.6%)·지은(20.67%) 세 자매가 의기투합해 구 부회장을 밀어낸 것이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설립했다. 2000년 LG유통에서 분리됐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현재 아워홈 지분은 자녀들이 100%를 나눠갖고 있다.

구 신임대표는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 왔다. 2014년 2월엔 부사장까지 올랐으나 2016년 구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자회사인 외식전문기업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2017년엔 구지은 대표가 구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을 반대하면서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지만 언니 미현씨가 반대하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구 부회장이 보복운전과 폭행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오너 리스크 해소를 위해 미현씨가 구지은 대표 편으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급식과 식자재 유통, 외식업을 전문으로 하는 아워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2019년 매출 1조8791억원, 영업이익 715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아워홈은 작년 상반기 8041억원 매출에,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두는 등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경영권을 쥐게 된 구 신임 대표로선 위기를 맞은 회사를 정상화하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기업들에 급식 시장을 외부에 개방하라고 권고했다. 범LG가인 아워홈에 급식 사업을 맡겨 왔던 LG그룹은 급식사업을 전면 개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워홈으로선 안정적인 수입처를 잃을 수도 있는 난국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워홈의 단체 급식 시장 점유율(2019년 기준)은 17.9%로 삼성웰스토리(28.5%)에 이은 업계 2위다.

구 신임 대표는 주총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아워홈은 전통과 철학을 무시하는 경영을 해 왔다”며 “신임 대표로서 아워홈을 빠르게 되살리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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