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수익 증가에 오히려 울상.. "돈 많이 번다고 수수료율 깎겠죠"

유진우 기자 2021. 6. 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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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카드사들이 거둬들인 가맹점 수수료가 급증했지만, 정작 카드업계는 웃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면 올해 논의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7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가 거둬들인 가맹점 수수료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뛴 1조1468억원으로 집계됐다. 액수로는 1564억원 늘어난 수치다.

카드사 별로 나눠보면 신한카드를 제외한 모든 전업 카드사들이 두자릿대 수수료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하나카드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수료 수익이 45.7% 증가한 1024억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카드사들 역시 10~20% 가량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 국민카드는 3127억원으로 19.9% 증가했다. 삼성·현대카드는 각각 지난해보다 18% 상승한 2273억, 2197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757억원으로 집계돼 15.0% 늘었다. 롯데카드 역시 전년보다 10.7% 증가한 415억원으로 나타났다. 오로지 신한카드만 전년보다 5.9% 하락한 1676억원에 그쳤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백화점 같은 대형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액이 크게 늘었고, 자동차나 실내 인테리어처럼 목돈이 들어가는 곳에 카드로 결제하는 수요도 증가했다”며 “대체로 이런 대형 가맹점에는 현행 수수료 최고치인 2%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융 소비자들이 이런 곳에서 결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수수료 수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것도 카드 결제 증가에 기여한 결정적 요소로 꼽힌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5월호’에 따르면 지난 4월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3%가 증가했다. 국내 카드 승인액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2월 8.6% 증가를 시작으로 3월과 4월 줄이어 20%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수익이 늘어나자 카드업계는 일단 애써 표정 관리에 애써 들어가는 분위기다. 소비 경기가 좋아지고 카드 결제금액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수수료 수익 증가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빌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이후,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조달금리와 운영·관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적격비용을 산정해 3년 단위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 주요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일본 등 대표적인 금융 선진국들은 카드사와 가맹점이 자유롭계 계약을 맺고 수수료율을 책정한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중소·영세 가맹점을 보호하려면 올해도 수수료율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올해 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위기로 중소·영세상인이 어려움을 겪었으니, 카드업계가 영세업자를 불황의 늪에서 꺼내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올해 1분기 같은 소비경기 회복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단기간 소비가 급증했다고 최소 3년은 유지해야 할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물가상승률을 포함해 카드승인액이 5~6%가량 증가하는데, 올해는 보복소비 영향으로 20% 정도가 한 번에 늘었다”며 “이를 근거로 수수료율을 조정하기에 이미 국내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해외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지난 2007년 4.5%에서 현재 1.97~2.04%로 14년 새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2018년 가맹점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우대가맹점 수수료 한도를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면서, 현재 96%에 달하는 가맹점들은 수수료를 덜 내는 ‘우대가맹점’ 혜택을 받고 있다.

카드사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연매출이 5억이면 월 매출이 4000만원이 넘는다는 말인데, 이런 곳을 영세·자영업자로 취급해 수수료 우대 혜택을 줘야 하느냐”며 “수수료를 근거로 한 신용 판매가 카드사 본업인데, 이 이상 수익이 떨어지면 카드사는 대출이 본업이 된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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