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8점차 역전, 0.01% 기적 쓴 한화 '현충일의 밤'..40년 역사 3번째
[OSNE=이상학 기자] 한화에겐 잊을 수 없는 현충일의 밤이었다.
올해로 40년째인 KBO리그는 지난 6일까지 총 2만235경기를 치렀다. 이 중 8점차 승부가 뒤집힌 것은 불과 21경기. 7회 이후 8점차 역전은 단 3경기로 확률 0.01%에 불과하다. 2021년 6월6일 '현충일의 밤'에 한화의 기적이 일어났다.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6회까지 NC가 9-1로 앞서 승기를 굳히고 있었다. 6회초까지 1점차 승부였지만 6회말 NC가 6안타, 2볼넷으로 타자 일순하며 7득점을 몰아쳤다. 6-1에서 나성범의 스리런 홈런이 터져 분위기는 NC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7회초 수비를 앞두고 NC는 우익수 나성범과 중견수 애런 알테어를 각각 정진기와 이재율로 교체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세이브하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7회 8점차 리드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교체였지만 오래된 격언대로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7회초부터 한화의 기적이 시작됐다. NC 구원 문경찬의 제구 난조가 발단이었다. 1사 후 장운호, 조한민, 강상원이 3연속 볼넷을 골라내 만루를 만들었다. NC가 손정욱으로 투수를 바꿨으나 정은원이 우측으로 빠지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손정욱도 제구가 흔들렸다. 허관회와 하주석에게 연속 볼넷을 주며 또 다시 만루 기회가 한화에 왔다. 그러자 NC는 다시 최금강으로 투수를 바꿔지만 노시환이 만루 홈런으로 맞받아쳤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노시환의 개인 통산 첫 만루 홈런.
순식간에 8-9, 한 점차로 좁혀졌다. 라이온 힐리가 삼진을 당하면서 투아웃이 됐지만 한화의 화력은 식지 않았다. 정진호의 우전 안타, 대주자 노수광의 2루 도루와 장운호의 볼넷에 이어 조한민의 중전 적시타로 9-9 동점. 7회초에만 4안타 6볼넷으로 무려 8득점하는 빅이닝을 펼쳤다.
여세를 몰아 한화는 8회초 허관회의 볼넷, 하주석의 2루타, 노시환의 자동 고의4구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NC는 마무리투수 원종현을 투입했지만 한화는 힐리의 2루 땅볼로 1점을 내며 10-9 역전에 성공했다. 9회초에도 조한민과 최재훈의 적시타, 상대 폭투로 3점을 추가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7~9회 필승조 강재민(1⅔이닝 무실점)과 정우람(1⅓이닝 1실점)이 틀어막고 13-10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역대 KBO리그 최다 점수차 역전승은 2013년 5월8일 문학 두산전에서 SK(현 SSG)가 기록한 10점차. 이어 9점차 역전승이 두 번 있었고, 이날 한화처럼 8점차 역전승은 18번 있었다. 리그 역대 공동 4위 기록. 8점차 역전 자체도 적지만 7회 이후로 기준을 잡으면 더 적다. 8점차 이상 역전극의 대부분은 5회 이전, 경기 초중반부터 흐름이 크게 출렁였지만 이날 한화처럼 7회 이후로 급격히 바뀐 건 드문 케이스다.
7회 이후 8점차 역전은 한화가 역대 3번째. 앞서 2000년 6월2일 롯데가 사직 LG전에서 7회까지 0-8로 뒤진 경기를 9-8로 역전한 게 최초다. 당시 롯데는 8회 4점을 추격한 뒤 9회 마해영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 포함 5득점을 몰아쳐 대역전승했다. 이어 2016년 7월31일 NC가 마산 LG전에서 6회까지 0-8로 끌려다녔지만 7회 6점을 따라붙더니 9회 김성욱의 끝내기 투런 홈런 포함 4점을 더해 10-8 역전극을 완성했다.
그렇다면 역대급 역전극이 팀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2000년 LG는 충격패 이후 롯데에 2연승을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거두는 등 10경기에서 7승3패로 후유증 없이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롯데는 4승5패1무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2016년 NC는 대역전승 후 5승5패 5할 승률로 무난하게 했고, LG는 9승1패로 급반등했다. 2021년 현충일의 밤 희비가 엇갈린 한화와 NC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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