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에 투자일임 '랩어카운트'로 자금 몰린다

정체됐던 랩 자산, 올 들어서만 6조 유입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인플레이션 우려로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증권사에 투자를 일임하는 랩어카운트(Wrap account·종합자산관리계좌) 자산이 급증하는 추세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운용, 자문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일종의 자산관리 서비스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평가금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38조4천706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계약건수도 201만3천466건으로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200만건을 돌파했고, 가입 투자자 수 역시 182만5천170명까지 증가하며 모두 월말 기준 사상 최대를 나타냈다.

랩어카운트 자산은 지난 2016년 9월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3년 넘게 100조~120조원대를 오가며 정체되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發) 폭락장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6조원 가까이 자금이 유입됐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직접투자 대신 일임에 나선 투자자들이 대거 늘어난 것이다.

한 투자자가 서울 여의도 시황판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DB]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이후 직접투자가 늘었지만, 연초부터 증시가 갈피를 못 잡으면서 전문가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랩어카운트 상품은 직접투자의 성격도 일부 있어 수요층이 넓다는 분석이다.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하거나 편입 자산을 변경하는 등 의견을 직접 운용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이외 해외 주식이나 펀드, 채권,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한 부분도 장점이다.

랩어카운드 시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증권가에서도 앞다퉈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슈퍼테마 ETF 랩어카운트'를 올해 초 내놨다. 이 ETF 랩은 클라우드, 2차전지, 헬스케어 등 유망 테마를 선정한 후, 정량적 기준 아래 국내외 ETF를 엄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출시 석 달 만에 1천500억원 이상을 끌어모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월 VIP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글로벌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메리츠 글로벌 슈퍼그로쓰랩'을 출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을 발굴해 장기 성과를 노리는 상품이다. NH투자증권도 같은 달 같은 운용사의 자문으로 운용하는 'NH VIP 슈퍼그로쓰랩'을 선보였다. 전기차나 핀테크 등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해외주식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다.

이외에도 하나금융투자가 뉴딜 트렌드에 맞춰 수혜가 예상되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하나 뉴딜글로벌테크랩 V4'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글로벌 스펙트럼랩7호(플레인바닐라·성과형)', 키움증권은 국내외 우량 인컴자산을 발굴해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 월배당 인컴형 랩'과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에 투자하는 'K-뉴딜 주식형 랩' 등의 2종의 랩 상품을 각각 내놨다. SK증권은 지난 3월 '트리니티 수익률전환 자문형랩'과 '피티알 수익률전환 자문형랩' 등 2종을 출시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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