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새로운 꿈을 꾼 더 투 탑의 스타일리시한 부활

김태석 2021. 6. 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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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피플] 새로운 꿈을 꾼 더 투 탑의 스타일리시한 부활



(베스트 일레븐)

◆ ‘피치 피플’
온라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더 투 탑’
리브·마누

축구 선수는 오직 축구로만 성공해야할까? 다시 질문을 던져보겠다. 축구 선수만이 축구인일까? 물론 축구 선수들이 축구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인 건 맞다. 기왕 축구를 시작했으니 손흥민처럼 크게 성공하고픈 마음을 품고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밟아 명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석이긴 하다. 하지만 꼭 그 길만 있는 건 아니다. 축구를 기본 베이스로 삼아 새로운 창작을 하는 이들도 넓은 시각에서 ‘축구인’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스타일리시 풋볼 쇼’를 표방하며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라는 새로운 도전에 임하고 있는 두 젊은 축구인이 있다. ‘축구 선수 시절’ 이웅재·정화림으로 불렸던 크리에이터 ‘더 투 탑’이 그 주인공이다. 현역 선수 시절 두 선수의 족적은 흐릿했다. 과거 청춘 FC 공격수로 활약하며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던 이웅재는 청주 FC에서 은퇴한 후 리브라는 닉네임의 유투버가 되었으며,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화림 역시 김해시청에서 은퇴한 후 마누라는 이름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피치가 아닌 스크린에서 그들의 활약은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 2.5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으며, 숏폼 플래폼인 틱톡에서는 무려 70만 명의 구독자, 인스타그램에서는 22만 8천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덕분에 아디다스·푸마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뉴 키트 공개를 위한 콜라보 숏폼 동영상 제작을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는 등 점차 시장에서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선수 시절에는 무명의 설움을 겪었지만, 콘텐츠 제작자로 변신한 이후에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처럼 ‘화려한 변신’을 꿈꿨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일 서울 신사동에 자리한 칼라 바르셀로나에서 두 사람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들었다.


“생각을 바꾸니 길이 보이더라”

“우리 두 사람은 축구를 향한 ‘애정 결핍’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죠. 축구 선수로서, 프로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상처 말이에요. 축구를 선수가 아닌 길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 마누

“선수를 그만뒀을 때 왜 우리는 선수나 감독으로만 성공해야할까 생각했죠. 그래도 계속 이쪽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축구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었죠. 생각을 바꾸려고 했어요. 가령 축구 용품 사업으로 성공해도 축구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고민했죠. 우리나라에서 기존에는 없었던 걸 해보자는 고민 말이에요. 그게 콘텐츠 크리에이터였어요.” - 리브

축구와 관련한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축구인 혹은 크리에이터가 성행한 건 이미 수년이 지난 일이다. 때문에 더 투 탑은 기존 크리에이터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길에 도전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개념이 ‘스타일리시 풋볼 쇼’, 마누의 설명에 따르면 “프리스타일에 가까운 축구 예술”이었다. 단순히 축구공을 묘기처럼 다루는 걸 넘어 예술적인 측면에서 주목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었다.

“전 축구 선수의 길만을 생각했기에 리브가 처음 제안했을 때 그걸 거절하다 수락했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계속 하다보니까 ‘어쩌면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마누


다행히 배울 만한 대상이 있었다. 더 투 탑은 유튜브 구독자 1,130만 명을 자랑하는 영국의 유명 프리스타일러 F2을 참고했다. 물론 닮으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축구 선수 출신이라고 해도 공 다루는 방법이 근본부터 다른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건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다.

주변에서 “실전에서는 써먹지 못할 기술 아니냐”라고 평가 절하하는 얘기도 있었다. 자신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더 투 탑은 그래도 앞만 보고 자신만의 것으로 흡수하며 나아갔다. 그 덕분에 노력이 점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세상이 그들을 점점 주목했다.

“처음에는 미국·브라질·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공략했어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고, 행여 누군가가 우리를 따라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렸어요. 거기서 반응이 없으면 조용히 계정을 폭파시키려 했는데 놀랍게도 반응이 크게 터졌어요.” - 리브

자신감을 얻은 두 사람은 이제 한국 팬들에게도 축구를 통한 색다른 재미를 안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축구의 길로 들어선 후 거둔, 작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최초의 성공이었다.

“현역 시절에는 그저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국가대표가 되길 꿈꿨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대신 축구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잖아요?” - 리브


더 투 탑이 주고픈 메시지, “실패? 다른 길이 있잖아?”

“선수 시절에는 제게 붙는 수비수를 따돌리고 골을 넣는 것만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저희 스스로를 몰아세워야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정말 공들여서 만든 만큼 잘 될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에게 더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 리브

처음은 모방이었지만, 궤도에 오른 후 그들은 창작에 도전하고 있다. 직접 언급했듯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걸 축구 스킬로 표현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누의 설명에 따르면 정말 기발한 발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테면 전혀 상관없을 법한 축구와 피자를 엮어 표현하는 것이다. 신묘한 묘기뿐만 아니라, 비추어지는 걸 통해 축구 문화를 소개하고 선도하고자 한다. 마누는 이를 두고 “축구로 놀자는 얘기죠. 그리고 이처럼 축구가 일상에 가깝다는 걸 말하는 것이고요”라고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인정해주고, 몇몇 기업에서는 전속 계약을 맺자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죠.” - 리브

“현역 시절에 대한 미련은 없어요. 지금은 내가 이걸 하려고 그간 축구를 배웠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 축구 선수로는 누리지 못한 걸 더 투 탑을 통해 얻었으니까요.” - 마누


지금 더 투 탑은 축구로 만든 새로운 삶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 경기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축구팬들과 함께 하는 지금에 매우 행복해 한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프로 선수, 국가대표를 꿈꾸는 수많은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도 큰 희망이 된다. 꿈이 좌절되었을 때에도, 돌파구가 있다는 걸 두 사람은 증명해내고 있어서다.

“일단 축구를 하고 있는 지금은 최대한 노력했으면 해요. 대신 행여 축구화를 벗었을 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세상에는 길이 굉장히 많습니다. 축구를 녹일 수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어요. 그리고 노력은 어떤 형태로든 결과로 돌아온다고 봅니다.” - 마누

“저 역시 축구를 그만두고 나서 영원히 안 보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가 사랑하는 축구이기에, 다른 방식의 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축구와 관련된 일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축구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 리브

만약 이 두 사람이 주어진 현실에 그저 좌절하고 쓰러졌다면, 지금 즐기고 있는 새로운 삶이 주는 성취감을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선배이기에, 지금도 기로에 서 있는 수많은 어린 후배들에게 약간의 팁을 주고 싶어했다. 선수가 되지 않으면 실패했다는 인식?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다른 방식으로 축구 인생을 살고 있는 더 투 탑의 모습을 보면 그게 얼마나 잘못된 선입견인지를 알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더 투 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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