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 초읽기' 윤석열, 3개월간 '가치·경제·안보' 밑그림 그렸다

김일창 기자 2021. 6. 7.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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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정치인·창업가 등 다양한 인사 만나며 사실상 대권 행보
윤 전 총장 행보 속 핵심은 '문재인 대척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호국영령 무명용사비를 참배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2021.6.5/뉴스1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권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가 '무엇'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석 달간의 잠행에서 보인 윤 전 총장의 언행을 볼 때 '문재인 정책'의 대척점에서 정책 구상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7일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이 잠행 속에서 보인 언행은 그가 어떤 정부를 구상하는지 유추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 전 총장은 지난 석 달간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사람들을 만났는데 큰 범주에서 '가치·경제·안보'로 분류된다. 특히 만남을 가진 인물 모두 윤 전 총장이 직접 연락을 취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각 만남이 갖는 함의는 주목할만하다.

먼저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예방해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겼다는 평가다.

김 명예교수는 검찰 초청으로 대검찰청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는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현실에는 100% 흑도 백도 없다"며 "현실에는 0과 100은 존재하지 않고 40과 60중에 더 나은 걸 택할 뿐인데 흑백 논리에 빠지면 이를 보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명예교수는 국회와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까지 점령한 여당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이 같이 말했는데, 평소 '법치'를 강조한 윤 전 총장이 김 명예교수를 만나 진짜 민주주의에 대한 고견을 새겨들으며 가치 체계를 정립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경제는 윤 전 총장의 상대적 약점으로 꼽히는 만큼 다양한 인사를 두루 만나며 기본기를 다지는 데 중점을 뒀다.

윤 전 총장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유명한 경제학자 출신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골목길 경제학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동·복지 전문가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비판한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반도체 분야 권위자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 젊은 창업가들을 잇따라 만났다.

이들과의 만남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윤 전 총장의 '거시·미시 경제 정책'을 확인할 수 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한 측근은 "윤 전 총장은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 부족한 부분은 국가의 복지 정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윤 의원과 정 교수 등을 만난 것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 교수와 정 교수, 권 원장, 젊은 창업가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구상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블록체인 게임 스타트업 나인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김재석 공동대표,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인 팀스파르타의 이범규 대표, 블록체인 창업자들을 위한 공유공간 '논스'의 하시은 대표를 만난 후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통찰을 많이 얻고 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24일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을 방문해 창업자들을 만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하고 왼쪽부터 하시은 논스 대표, 김재석 나인코퍼레이션 공동대표,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윤 전 총장 측 제공).2021.5.28/뉴스1

서울대 정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필요한 정책이 있으면 전해 달라는 당부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 분야에서도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며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은 현충일을 맞아 지난 5일과 6일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씨(28)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 전준영씨(35),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가족 등을 잇따라 만나 위로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부상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과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극히 필수적인 일"이라며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왜 북한에 돈을 줘 가면서까지 6·25 전쟁 때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되찾아오려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을 입고 이 사회를 지키는 이들에 대한 극진한 존경과 예우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퍼져야 한다" 등 안보관과 국가관을 내비쳤다.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에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주의에서부터 안보까지, 윤 전 총장은 언행을 통해 기본적인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며 "알을 깨고 나온다면 이를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어 구체적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뒤 작성한 방명록.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혀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제공) 2021.6.5/뉴스1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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