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69살 '젊은 노인' 55%가 돈 버는 일한다

최하얀 2021. 6. 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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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3년주기 2020년 노인실태조사
노인 74%는 생계비 마련위해 일해
65~69살 경제활동비율 10여년새 40%→55%
전체노인은 30%에서 37%로 늘어나
자녀가 주는 생활비 등 사적이전소득 비중 급감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단독가구 80% 육박
한 대학의 청소노동자가 이른 아침 출근해 화장실 세면대를 닦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녀와 따로 살며 일하는 65살 이상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65∼69살 ‘젊은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5.1%로 12년 전에 견줘 15%포인트 이상 늘었다. 노인의 74%는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조사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2008년부터 3년 단위로 시행 중이고,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만97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에서 2017년 30.9%, 2020년 36.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69살 경제활동 참여율에서 증가폭이 크다. 2008년에는 39.9%였는데 2020년에는 55.1%로 절반을 넘었다. 일하는 노인들은 48.7%가 단순 노무직, 13.5%가 농어업, 12.2%가 서비스직에서 일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의 47.9%만이 월 150만원 이상의 근로소득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나머지 절반가량(52.1%)은 월 소득이 150만원에 못 미쳤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73.9%로 가장 많았고, 건강 유지(8.3%), 용돈 마련(7.9%), 시간 보내기(3.9%) 등 다른 이유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농촌 노인(79.9%)과 독거 노인(78.2%)의 생계비 마련을 위한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았다. 어떤 소비 부담이 가장 크냐고 묻는 말에는 46.6%가 ‘식비 관련 지출’이라고 답했고, 다음으로 주거 관리비 관련 비용(22.3%), 보건 의료비(10.9%) 순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식비 지출 부담 비중이 가장 크다고 답한 사람이 직전 조사인 2018년엔 18.7%에서 2020년엔 46.6%로 갑절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의료비 부담을 꼽은 사람의 비중은 23.1%에서 10.9%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탓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국가의 의료비 지원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며 “도시 지역에선 식비 부담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농어촌 중심 지역에서는 냉·난방비 부담을 크게 인식해 주거관리비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제공

경제활동 참여 노인이 늘면서, 노인의 소득원별 구성 비율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08년에는 전체 소득에서 자녀가 주는 생활비 등 사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6.5%로 가장 높았는데, 2020년엔 13.9%로 대폭 줄었다. 대신에 근로소득 비중이 6.5%에서 24.1%로, 사업소득 비중이 11.8%에서 17.2%로 높아졌다. 이밖에 사적연금소득은 2008년 0.6%에서 2017년 1.3%로 조금 늘었다가 이번 조사 때는 10.3%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노인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적이전소득이었으나, 전체 소득의 28.4%로 2008년 비중(28.4%)에서 변화는 없었다. 한국이 노인 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1%(2019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독일(70.6%)은 물론이고, 일본(49.2%), 미국(41.4%) 등 보다도 낮다.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 단독 가구’(독거 노인 가구 또는 노인 부부 가구)는 2008년 66.8%에서 2020년 78.2%로 증가했다.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2008년 32.5%에서 2020년 12.8%로 감소했다. 앞으로 노인 단독 가구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요양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노인은 31.3%에 불과했다. 56.5%는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살기를 원했고, 7.2%는 배우자나 자녀 또는 형제자매와 같이 살기를, 4.9%는 자녀 또는 형제자매 주변으로 이사해서 살기를 희망했다.

양성일 복지부 1차관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노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노인 정책은 노인을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노인이 스스로 희망하는 노년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내실 있는 노인 일자리, 사회 참여, 사회 기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의료와 돌봄 ·안전이 연계된 지역사회에서 통합 돌봄을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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